[Oh!쎈 레터]‘홍길동’ 고아라, '아이언맨' 기네스 팰트로 같아
OSEN 손남원 기자
발행 2016.05.09 17: 17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조선 중기 허균의 고전소설 ‘홍길동전’의 주인공 홍길동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입니다. 신분은 미천하나 정의를 위해 싸우던 대표적 의적이죠. 도사 전우치와 비견될 정도로 뛰어난 능력을 지녔던 그가 시간을 거슬러 1980년대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소설 속 홍길동과 영화 ‘탐정 홍길동 : 사라진 마을’(이하 홍길동)의 홍길동은 닮은 듯 다른 인물입니다. 먼저 둘 다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는 점이 비슷합니다. 소설의 홍길동은 서자로 태어나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고, 형을 형이라 부르지 못했죠. 영화의 홍길동 역시 절대 권력에 의해 어머니가 죽임을 당하고, 그 광경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는 참혹하고도 슬픈 사연을 갖고 있습니다. 또 제 힘으로 어떤 불의에 맞서기 위해 활빈당을 조직했다는 점도 같네요. 반면 전자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의적 활동을 하지만 후자는 조력자가 있다는 것이 큰 차이일 듯합니다. ‘홍길동’의 홍길동에게는 황회장(고아라 분)이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었습니다.
막대한 부를 상속받았지만 아버지의 유지를 따라 비밀 흥신소 활빈당을 지원하고 있는 황회장은 언뜻 ‘007’시리즈의 M(주디 덴치 분)을 연상케 합니다. 암암리에 활동하는 007을 비밀스레 돕고 있는 M은 주인공에게 가장 중요한 조력자입니다. 홍길동과 티격태격하면서도 뒤에서는 누구보다 그를 챙겨 주는 황회장은 M과 많이 닮았습니다.

25일 열린 ‘홍길동’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고아라에게도 이에 대한 질문이 나왔습니다. M과 유사한 역할이지만, 분량이 매우 적은 편인데 이것이 아쉽지는 않았냐는 물음이었죠. 고아라는 “매우 아쉽다”며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습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카메오 제의를 받았었다”며 “나온 장면들이 영화 수정 과정에서 오히려 더 많이 들어간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그도 그럴 것이 황회장이 없었다면 홍길동이 ‘한국형 히어로’로 거듭나는 과정은 설득력있게 그려질 수 없었을 테니까요.
고아라는 “‘홍길동’ 속편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관객의 입장”이라며 “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는 관객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이 필요하다”며 후일을 기약했습니다. ‘홍길동’은 실제로도 극 말미 속편을 암시하는 듯한 설정을 집어 넣어 취재진의 기대감을 한껏 올렸죠.
황회장 캐릭터에 대한 궁금증도 속출했습니다. 영화 속 화려한 모피코트와 고혹적 화장, 카리스마 있는 몸놀림이 분량을 뛰어 넘는 존재감을 뽐낸 때문이었습니다. 고아라는 “황회장의 여유로움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며 “영화를 보시면 아시겠지만 황회장은 막대한 부를 상속받았다. 돈다발에 앉아 있는 장면도 있고, 활빈당을 운영할 만큼의 여유로움을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많이 했다”고 말했습니다.
극 중 황회장의 도움 덕에 홍길동은 혈혈단신으로도 악과 맞섭니다. 황회장은 한없이 청순하다가도 놀랍도록 억척스러웠던 고아라의 다채로운 필모그래피에 작지만 강한 획을 긋기 충분한 역할이었습니다. ‘홍길동’의 ‘신스틸러’ 고아라의 놀라운 변신은 오는 5월 4일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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