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를 나눈 사이이기에 세상 누구보다 가까운 부모 자식. 하지만 너무 가깝기 때문에 생각지 못했던 부분에서 상처를 주고 받기도 하는데, 더 큰 문제는 서로가 이 사실을 인지하지 못할 때 발생한다. 분명 부모 자식 간에도 배려와 이해가 필요하다.
지난 9일 방송된 SBS 예능 프로그램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이하 '동상이몽')에는 야구 광팬으로 거의 매일 야구장에 사는 부모님이 고민이라는 중학생 아들 주영 군이 출연했다. 부모님은 롯데를 열렬하게 응원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 때문에 주영 군은 늘 소외 받기 일쑤였다.
그렇다고 해서 아예 관심 밖 대상은 아니다. 부모님은 자신들이 늘 상주하는 야구장에 주영 군을 데리고 가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하지만 야구장이 싫은 주영 군에겐 엄청난 고역이었다. 주영 군이 야구장을 싫어하는 이유는 바로 소음 때문이었다.
소리에 예민하다는 주영 군은 집에서 아빠가 부는 부부젤라 때문에 강제 기상을 하기 일쑤. 공부하는 중에도 시도 때도 없이 울려퍼지는 야구 응원 소리는 주영 군에게 스트레스를 줬다. 그럼에도 주영 군은 전교 6등, 반에서 1등을 할 정도로 공부 잘하는 모범생이었고, 야구에 대한 문제 외에는 대체적으로 부모님 말씀도 잘 들었다.
하지만 부모님은 주영 군이 싫어해도 억지로 야구장에 데리고 갔다. 부모님은 즐거워했지만 주영 군에겐 견디기 힘든 일들의 연속이었다. 결국 먼저 야구장은 나온 주영 군은 소외감을 느낀다고 고백했다. 야구보다 못한 아들이라는 생각은 아직 중학생 밖에 되지 않는 어린 주영 군에겐 상처가 됐다.
뒤늦게 영상을 보고 아들이 겪는 소음 스트레스를 알게 된 아빠는 무척이나 미안해했다. 아빠 역시 귀가 안 좋아서 소음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기 때문. 결국 아빠는 음주를 줄여달라는 주영 군의 부탁을 어느 정도 수용했다. 그는 "술을 끊지는 못하지만 최대한 줄이도록 노력하겠다. 부부젤라는 집에서 불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감정적으로 예민할 수밖에 없는 사춘기 시절 그 무엇보다 필요한 건 부모님의 관심과 사랑이다. 분명 야구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취미 생활도 중요하겠지만, 누구보다 가까운 아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배려하며 소통을 나누는 일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방송이었다. /parkjy@osen.co.kr
[사진] '동상이몽'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