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올랐다. 연기파 '아재'들의 연기 경력이 정점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출연작이 나란히 제69회 칸영화제에 초대된 것. 오랫동안 묵묵히 연기로만 승부를 걸었던 이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빛을 발하며 대기만성 형 스타의 미덕을 보여주고 있다.
곽도원은 첫 주연을 맡은 영화 '곡성'으로 칸영화제를 찾는다.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영화이자 세 번째 칸 진출 작품. 조용했던 마을에 미스터리한 외지인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끔찍한 사건들을 그렸다. 곽도원은 이 '곡성'에서 사건의 중심을 파헤치는 시골 경찰 종구 역을 맡았다.
'곡성'은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라는 점 뿐만 아니라 곽도원의 첫 번째 주연 영화라는 점에서 주목 받았다. 곽도원은 그간 '변호인'을 비롯해 '타짜-신의 손',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 등의 영화에 출연해 분량과 관계없는 강력한 존재감, 송강호, 김윤석의 뒤를 잇는다 표현해도 좋을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보여줬다.
연극배우였던 곽도원의 연기 경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황해'다. '황해'에서 김승현 교수 역으로 압도적인 연기를 보여준 그는 나홍진 감독과 '곡성'에서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췄다. 나홍진 감독은 '황해' 이후 6년간 차기작인 이 영화를 준비해왔는데, 또 한 번 곽도원을, 그것도 주연으로 택한 점에 눈길이 간다. 나홍진 감독이 '곡성'을 준비하는 동안 곽도원은 여러 작품을 통해 카리스마를 쌓아왔고, 이를 통해 '믿고 보는 배우'라는 별명을 얻었다. '꿈의 캐스팅'이 가능했던 이유는 이처럼 오래 전부터 곽도원을 미리 점찍어 둔 나홍진 감독의 심미안과 역할의 크고 작음과 관계없이 작품 활동에 매진한 배우 본인의 열정 덕이 컸다.
한편 영화 '아가씨'에 등장하는 조진웅을 볼 때 관객들의 반가움이 큰 이유는 tvN 드라마 '시그널' 때문이다. '시그널'에서 정의롭고 따뜻한 이재한 형사 역으로 대중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조진웅은 드라마의 성공과 함께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아가씨'는 박찬욱 감독의 세 번째 칸 진출작이다. 칸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올드보이'), 심사위원상('박쥐') 등을 통해 유독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박찬욱 감독은 이번에도 경쟁 부문에 진출해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특히 경쟁 부문 진출은 한국 영화로서는 3년 만의 쾌거라 한국 영화 관객들에게도 의미있는 소식으로 다가왔다. 조진웅은 이 영화에서 주인공 아가씨의 후견인인 이모부 역을 맡아 김민희, 하정우, 김태리와 함께 스토리의 한 축을 담당한다.
조진웅은 그간 다양한 배역을 통해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명량'에서는 왜군 장군으로, '암살'에서는 유쾌한 독립군 속사포로, '시그널'에서는 인간적인 형사로 매번 배역의 성격이나 캐릭터, 환경이 다름에도 불구,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며 연기력을 입증해 왔다. '시그널'로 대세 배우의 반열에 올라 선 지금, '아가씨'를 통해 세계적인 감독과 손잡은 그의 거침없는 행보가 설득력을 갖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재'들은 칸영화제 이후, 또 어떤 활약을 보여주게 될까? 기분좋은 칸 방문을 끝내고도 두 배우는 여러 작품들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두 사람이 보여줄 활동에 기대감이 높아진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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