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곽도원은 영화 ‘곡성’(나홍진 감독, 12일 개봉)에서 첫 주연을 맡았다. 첫 주연을 맡아 영화를 이끌어야 하는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것은 나홍진 감독에 대한 믿음과 연기에 대한 넘치는 열정이었다. 천천히 그러나 그 누구보다 열심히 배우의 길을 걸어온 곽도원을 만나봤다.
곽도원은 첫 주연작으로 ‘곡성’을 선택했다. ‘곡성’을 선택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믿음은 나홍진 감독으로부터 나왔다. 나홍진 감독은 충무로에서 지독하기로 소문난 감독. 곽도원은 ‘황해’에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그 혹독함을 겪어봤기에 각오를 단단히 했다.
“일단 ‘황해’를 찍을 때도 서울에 눈이 제일 많이 오는 날 3일 내내 눈밭에 누워있었어요. 그때부터 나홍진 감독이 현장에서 어떤지 아니까 준비를 단단히 해서 갔지요. 그런데 ‘곡성’에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감정선을 유지하는 일이었어요. 쿠니무라 준의 스케줄, 황정민의 스케줄, 날씨 등을 고려하다 보니 앞 장면과 뒤 장면을 섞어서 찍어야 했죠. 그래서 감정을 어느 정도 끌어내야 하는지 몰라서 최대한으로 끌어내서 찍고, 죽여서 다시 찍으면서 맞춰보려고 했었죠. 몸은 고됐지만 결과물은 정확했던 것 같아요.”
뒤죽박죽인 촬영 순서뿐만 아니라 아직 미혼인 남자 배우로서 진한 부성애를 연기해야 하는 것도 큰 숙제였다. 이 숙제는 함께 연기한 아역 배우 김환희의 도움으로 무사히 해결했다. 김환희의 연기에 대해서는 언론시사회 직후 나홍진 감독을 비롯한 황정민과 곽도원 모두 입을 모아 칭찬 한 바가 있었다.
“‘곡성’ 촬영 당시에 환희가 5학년이었는데 ‘곡성’에서 좋은 연기는 다 환희 덕분이에요. 환희랑 같이 모니터를 하면서 제가 연기한 걸 지켜보라고 하죠. 그러면서 환희가 질문해요. ‘아빠는 어떤 느낌으로 연기하냐’고 그러면 저는 계산을 하면서 연기를 한다고 설명하고 그러면 환희가 대답하고 이렇게 서로 토론하는 거죠. 아무튼 수준이 다른 친구예요. 환희가 딱 쳐다보고 놀란 연기를 하면 저도 저절로 그렇게 돼요. 환희가 저를 쳐다보면서 울면 나도 저절로 눈물이 나고. 간접적으로 아빠 체험을 했죠.”
곽도원은 ‘곡성’의 156분을 짊어지고 갈 정도로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2003년부터 단역으로 충무로에 얼굴을 비치면서 탄탄한 연기를 보여줬지만, 첫 주연작이라는 부담감도 상당했다. 그만큼 현장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 나홍진 감독도 ‘곡성’ 관련 인터뷰에서 곽도원과 집요하다는 점에서 서로 호흡이 잘 맞았다고 밝힐 정도였다.
“저는 죽을 것같이 하는 현장이 정말 좋아요. 연극 같은 경우에는 공연이 마칠 때까지 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데 영화는 그렇지 않으니까. 첫 주인공이라서 힘 빼는 게 제일 힘들었죠. 조연은 신에서 주인공이 돼서 신을 따먹으면 돼요. 주인공은 작품 속에 병풍처럼 존재해줘야 해요. 주인공이 연기가 과해지거나 힘이 들어가 버리면 조연 배우가 따먹어야 할 신을 못 따먹게 되죠. 그래서 영화가 주인공 하나만 쳐다보게 되면 작품이 지루해진다고 나 감독이 말하더라고요. 그냥 현장에서 열심히 하면 되는 거 아닌가 그렇게 생각했고, 그 감을 전혀 모르는 상태였죠. 이제 조금 힘 빼라는 소리가 알 것 같아요. 다음에 주인공 하면 잘할 수 있을 것 같아요.”/pps2014@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