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은 곰곰이 생각을 해봐도 비슷한 장르가 떠오르지 않는 영화다.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이 등장하면서 긴장감 넘치는 스릴러로 극이 전개된다. 그러면서 팽팽한 긴장감을 풀어주는 유머가 쉴 새 없이 나온다. 무당인 황정민이 등장하면서 영화는 오컬트적인 요소까지 담아내며 말 그대로 새로운 장르의 영화로 뒤바뀌게 된다.
‘곡성’의 탁월한 점은 이렇게 다양한 장르가 섞여 있지만 그 어떤 장르도 소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나홍진 감독이 전작인 ‘추격자’와 ‘황해’에서 보여줬던 밀도 높은 긴장감으로 관객들을 거세게 몰아붙인다.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면 종구(곽도원 분)와 조연들의 자연스러운 코미디 연기가 이어지며 관객들의 긴장을 자연스럽게 풀어준다. 능청스러운 종구의 연기가 정말 돋보인다.
스릴러와 코미디만으로도 ‘곡성’은 특별한 수준에 영화다. 거기에 1970년대 고딕 장르 영화들의 오컬트적인 요소들을 가지고 오며 영화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하게 된다. 나홍진 감독은 인터뷰에서 고딕 장르와 유사한 장르의 한계를 벗어나기 위해 7개월 넘게 고민했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시나리오 단계에서 7개월간 고민했고 후반 편집을 8개월을 넘게 공들였다. 이렇게 힘을 기울인 ‘곡성’이 영화로서 높은 완성도를 보여주는 것은 당연하다.
세 가지 장르의 조화가 어색하지 않은 것은 인물과 곡성이라는 배경이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전편과는 달리 ‘곡성’에서는 평범한 시골 경찰이 주인공이고 주인공을 둘러싼 인물들도 무당인 황정민을 제외하면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평범한 인물들에게 일어난 의문의 사건들에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그런 몰입을 돕기 위해서 나홍진 감독은 조명보다는 곡성의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애썼다. 자연광을 담으려는 나홍진 감독의 의지로 인해서 스태프들은 150회차라는 강행군을 소화해야만 했다.
이처럼 완성도 높고 독특한 영화이기에 칸 영화제에서도 ‘곡성’을 초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엇보다 한 영화를 위해 6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려준 폭스 인터내셔널의 토마스 제게이어스 대표도 완성된 나홍진 감독의 영화에 대해 만족감을 표현했다. 베일을 벗은 ‘곡성’이 평단과 해외에 이어 국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pps2014@osen.co.kr
[사진] '곡성'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