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은 배우 곽도원이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작품이다. 곽도원은 10여 편이 넘는 영화에서 주·조연급으로 활약하며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배우답지 않은 신뢰감을 주는 배우다. 캐스팅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나홍진 감독이 선택한 배우인 만큼 영화 ‘곡성’에서도 황정민과 필적할만한 신들린 연기를 펼치며 두 시간이 훌쩍 넘는 러닝타임을 가득 채우는 존재감을 보여준다.
‘곡성’에서 곽도원이 연기하는 종구는 평범하고 어떻게 보면 무능력한 시골 경찰이다. 겁이 많고 소심하고 딸이나 동료들로부터 실없는 농담을 들으며 무시당하는 평범한 가장이다. 그렇기에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종구의 모습은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하다. 종구뿐만 아니라 종구의 경찰서 동료인 오성복(손강국 분)과 고향 친구들과도 탁월한 연기호흡으로 웃음을 만들어낸다.
종구는 경찰로서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을 추적하며 점점 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특히 외동딸인 효진(김환희 분)이 의문의 피해자들과 비슷한 증상을 겪게 되자 사건의 용의자로 생각하는 일본인(쿠니무라 준 분)을 찾아가고 급기야 용한 무당(황정민 분)을 부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종구의 변화는 놀랍다. 평범한 사람이 정체불명의 존재와 싸우는 전사로 변신하며 효진에 대한 눈물겨운 부성애를 보여준다. 종구의 연기도 놀랍지만 종구의 그런 변화를 끌어내는 효진의 연기도 놀랍다. 효진 또한 주연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연기를 펼치고 있다. 종구는 효진 뿐만 아니라 무당과 무명(천우희 분) 그리고 사제로 등장하는 양이삼(김도윤 분)까지 모든 배우와 뛰어난 호흡을 자랑한다.
스릴러이자 코미디이자 오컬트 영화인 ‘곡성’을 ‘곡성’답게 만드는 것은 종구다. 나홍진 감독도 ‘곡성’에서 종구는 다양한 장르의 연기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곽도원 씨가 그런 유연함을 가진 배우로 생각해서 캐스팅했다고 밝힌 바 있다.
곽도원은 코미디부터 오컬트까지 장르변화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며 섬세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런 곽도원의 섬세한 연기는 첫 주연작이니만큼 현장에서 몸이 고생하는 것을 마다치 않고 같은 장면을 각기 다른 감정을 연기하며 최선을 다했다. ‘곡성’을 마친 곽도원도 스스로 “몸은 고됐지만, 결과물은 정확했다”라고 평할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펼쳤다. 그런 곽도원의 연기는 완벽주의자인 나홍진 감독에게 미안한 감정을 불러일으킬 정도였다.
곽도원은 단역부터 조연 그리고 주연까지 차근차근 올라섰다. 악역이라도 곽도원만의 색깔로 소화했던 그가 ‘곡성’이라는 작품을 통해 주연배우로서 확고한 입지를 굳힐 수 있을지 기대된다./pps2014@osen.co.kr
[사진] '곡성'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