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게는 8년, 길게는 17년 동안을 쉬이 만나 볼 수 없던 1990년대 말의 스타들이 ‘슈가맨’에 소환됐다. ‘슈가맨’이 된 리아와 스페이스A는 당시를 빛냈던 주옥 같은 명곡들 뿐만 아니라 오래도록 방송을 쉬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출중한 입담을 뽐냈다.
지난 10일 방송된 JTBC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이하 슈가맨)에서는 리아와 스페이스A가 초대됐다. 리아는 90년대 말 실연한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했던 대표곡 ‘눈물’을, 스페이스A는 여성들의 구애용 노래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섹시한 남자’를 들고 무대에 올랐다.
이날 추억의 명곡들 만큼이나 돋보였던 것은 이들의 말솜씨였다. 사실 리아와 스페이스A는 가장 활발히 활동할 때도 예능 출연을 많이 하지는 않았던 편이다. 그래서 이들의 입담은 시청자들에게 더욱 의외의 매력으로 다가가기 충분했다.
먼저, 리아의 매력은 당당함이었다. 리아는 독특한 목소리 뿐만 아니라 삭발로도 눈길을 끌었던 가수다. 이에 대해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그냥 밀어 보고 싶었다”며 “미용실에 가서 삭발해 달라고 하자 ‘실연당했다고 그러면 안 돼’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이발소에 가서 여군 간다고 거짓말하고 삭발을 했다”고 털어놔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또 모두가 알고 있는 유명 뮤지션과의 교제 경험이 직접 작사한 ‘눈물’에 녹아 있다는 사실도 깜짝 고백했다. 그러면서 “그 분에게 감사한다. 그 덕에 사후 70년까지 저작료로 용돈을 받게 됐다”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주기도 했다. 마약복용설과 청부폭행설로 얼룩졌던 20대 초반을 견뎌내지 못하고 연예계를 떠났던 순간도 진솔한 말투로 풀어 놓았다.
반면 스페이스A는 그룹이라서 가능했을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 시청자들의 웃음보를 제대로 자극했다. 메인 보컬이자 리더인 김현정은 “재구와 별로 안 친했다”며 “만약 저와 재구 둘만 출연한다면 좀…”이라고 말끝을 흐리며 ‘슈가맨’ 출연을 고심한 까닭을 털어놔 폭소를 자아냈다. 그러면서도 활동 당시 수능시험을 망쳐 좌절하는 재구에게 진학 상담까지 해 줬던 과거를 언급하기도 했다.
김현정의 융단 폭격을 받은 재구 역시 “‘슈가맨’ 나간다니 부모님께서 ‘허공에 바람들지 마라’고 하셨다” “출연비를 전부 목걸이 만드는 데 썼다”는 등의 말들로 허당 매력을 자랑하며 예능 캐릭터로서의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이들의 이야기가 히트곡들 만큼이나 매력적이었던 데는 그 긴 세월을 거슬러서도 사라지지 않는 추억들을 각자의 개성이 담긴 말씨로 재미있게 늘어 놓았던 덕이었다. 노래로 일깨워졌던 당시의 기억들은 리아와 스페이스A의 입담에 더욱 또렷해질 수 있었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슈가맨’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