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쯤되면 '단골'이라고 불러도 되지 않을까? 배우 하정우가 제69회 칸영화제 참석을 위해 오늘(11일) 출국했다. 주연작인 영화 '아가씨'(박찬욱 감독)가 공식 경쟁 부문에 초청됐기 때문이다. 그는 오는 14일부터 시작되는 '아가씨'의 공식 일정에 김민희, 김태리, 조진웅과 함께 할 예정이다.
하정우와 칸영화제의 인연은 2005년 윤종빈 감독의 '용서받지 못한 자'가 제59회 칸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초대되면서 시작됐다. 이 영화에서 분대장 역할을 맡았던 하정우는 윤종빈 감독과 함께 영화제를 방문했고, 언젠가 경쟁 부문 진출작으로 참석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키웠다.
꿈은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다. 이듬해 제60회 칸영화제에서 김기덕 감독의 영화 '숨'이 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 당시 극 중 '사형수를 사랑하게 된 여인의 남편' 역을 맡은 하정우는 "사실 작년 ‘용서받지 못한 자’로 칸 영화제에 참석하면서 언젠가는 꼭 경쟁부문에 올라 다시 한번 칸을 방문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그 꿈이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 몰랐다"고 달뜬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하정우의 세 번째 칸 방문은 나홍진 감독의 영화 '추격자'를 통해 이뤄졌다. '추격자'는 제61회 칸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대됐는데, 하정우는 이로써 3년 연속 칸영화제를 방문하는 '영예'의 주인공이 됐다. '추격자'는 알려져있다시피 하정우의 출세작이기도 하다. 이 영화를 통해 탁월한 연기력을 보여 준 하정우는 충무로의 대세 배우로 떠올랐고, 여전히 그 위치를 지키고 있다. 그는 지난 1일 '아가씨'의 제작보고회에서 "'추격자' 때도 비슷했다.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받아서 밤에 영화가 상영됐다. 영화가 끝나니까 새벽이더라. 취객들을 봤다. 그래서 부담이 없었다"고 당시의 경험에 대해 언급하기도 해 웃음을 줬다.
제64회 칸영화제에서는 영화 '황해'(나홍진 감독)가 비경쟁 부문인 주목할 만한 시선 섹션에 초대됐다. 비로소 하정우는 3년 만에 네 번째 칸영화제의 레드카펫을 밟았다. 그는 나홍진 감독, 김윤석과 함께 칸영화제 일정을 소화했는데, 이들은 영화의 스크리닝 당시 칸의 관객들로부터 15분간 기립 박수를 받는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영화 '아가씨'는 하정우의 작품으로는 두 번째 경쟁 부문 진출작이자 다섯번째 칸 진출작이다. 박찬욱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어릴 적 부모를 잃고 후견인 이모부의 보호 아래 살아가는 아가씨와 그의 밑에서 일하게 된 하녀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하정우는 '아가씨'에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될 아가씨를 유혹해 돈을 가로채려 하는 사기꾼 백작 역을 맡았다. 김민희, 김태리와 더불어 처음으로 박찬욱 감독의 손을 잡은 하정우의 새로운 모습이 영화의 제작 단계에서부터 기대감을 모았다. 10여 년간 칸영화제와 함께 해 온 '칸의 총아'는 어떤 성적표를 받게 될까? 귀추가 주목된다. /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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