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윤상현이었다. ‘욱씨남정기’에서 윤상현은 남정기였고 남정기는 윤상현이었다. 찌질한 연기와 코믹한 연기는 물론 사람 냄새 나는 연기까지 마치 ‘종합선물세트’ 같았다. 그가 데뷔 후 지금껏 선보인 매력을 모두 한데 모아놓은 듯했다.
윤상현은 지난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에서 러블리 코스메틱의 ‘소심끝판왕’ 남정기 과장 역을 맡아 열연했다. 2년여만의 복귀작이었지만 윤상현은 업그레이드된 모습이었다.
특유의 찌질한 연기는 물론이고 이번에는 인간적인 매력을 더한 ‘찌질남’으로 거듭났다. ‘욱씨남정기’ 초반만 하더라도 ‘갑’ 앞에서 머리도 들지 못하는 ‘을’이었지만 옥다정(이요원 분)을 만난 후 ‘갑’에 당당히 맞서고 부하 직원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남정기는 이 시대의 가장, 이 시대의 을을 대변하는 캐릭터였다.
“샐러리맨들을 보면 찌질해질 수밖에 없죠. 갑들에 잘 보이려고 해야 하고 저도 아르바이트하면서 월급 밀릴까 봐 사장님 옆에 가서 잘 보이려고 애썼죠. 한 달 열심히 일했는데 사장님이 다음날 월급 준다고 하면 불안했어요. 사회생활을 많이 해봐서 ‘욱씨남정기’를 촬영하며 많이 공감했죠.”
윤상현은 상사에게 치이고 부하에게 치이는 남정기를 탁월하게 표현했다. 윤상현이 아니었으면 누가 남정기를 이토록 잘 연기할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찌질연기의 대가는 윤상현’이라는 댓글을 봤어요.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는데, 찌질 연기가 어떻게 보면 시청자들이 안 좋게 받아들일 수 있고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인데 뭐 하나의 대가가 되면 좋은 것 같아요.(웃음) 특정 연기에 두각을 나타내는 건 좋은 것 같아요. 댓글들 보면서 ‘역시 이 연기는 윤상현밖에 안 되지’라는 반응을 보면 힘이 났어요.”
‘욱씨남정기’의 송원섭 CP에 따르면 윤상현이 남정기 역 후보로 거론됐을 때 이에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이 없었으니 말이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욱씨남정기’에 푹 빠져 볼 수 있었고 윤상현을 향해 ‘찌질 연기의 대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남정기는 ‘겨울새’의 주경우의 찌질과는 차원이 달라요. 남정기는 가장이고 책임져야 할 식구가 많은 데 자기 하나 잘못되면 딸린 식구가 다 잘못되는 거잖아요. 결혼하고 생각이 바뀐 게 혼자 살 때는 나만 생각했는데 책임감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한 신, 한 신 찍을 때도 그렇고 작품 대할 때 태도가 달라지더라고요. 딸도 아내도 집에서 모니터하고 장모님 등 이전보다 보는 사람이 많아졌는데 한 신, 한 신 소홀히 할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남정기 캐릭터에 정말 공감이 됐죠.”
윤상현은 결혼 후 책임감은 커졌지만 얻은 게 있다. 주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는 것. 윤상현은 데뷔작부터 주연을 맡아 연기했고 드라마 ‘아가씨를 부탁해’, ‘지고는 못살아’, ‘너의 목소리가 들려’, ‘갑동이’ 등 주연을 도맡아 했다. 배우로서 참 기분 좋은 일이겠지만 사실 그의 고백을 들으니 주연에 대한 부담이 컸다. 하지만 결혼 후 그런 두려움은 완전히 떨쳐버렸다.
“사실 책임이 많은 자리는 피하고 싶기 마련인데 결혼하기 전에는 주인공 자리를 부담스러워했어요. 극을 끌고 가야 하고 드라마를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있었죠. ‘책임이 많은 자리는 수명을 단축시킨다’고 한 남정기와 같은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결혼 후 용기가 많이 생겼죠. 어떤 드라마의 주인공이 되더라도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주인공에 대한 두려움을 해소했어요.” /kangs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