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오후. MBC 수목드라마 ‘몬스터’의 세트 촬영이 진행되던 날인 지난 9일 일산 MBC 드림센터에 위치한 대기실을 습격해 배우 박기웅을 만났다. 리허설을 방금 끝냈다는 소식을 접한 후였다.
대기실이라 하면 말 그대로 배우가 자신의 촬영 순서를 기다리며 준비하는 곳. 대본을 공부하기도 하고 잠시 쉬기도 한다. 책상 하나, 옷장 하나, 침대 하나, 방 한쪽에 작은 샤워실 하나. 3평 남짓 좁은 대기실에 급습하니 당황할 법도 한데, 되레 작은 공간에 미안해하는 기색이다.
촬영 현장만큼이나 오랜 시간을 보낼 대기실의 풍경을 소개하며 “다 같이 쓰는 대기실도 좋은데, 이곳은 샤워실도 있고 좋지 않냐”며 털털한 모습을 보였다. 주로 대기실에서 뭘 하며 시간을 보내냐고 물으니 대본을 가리키면서 “재미없는 답변이지만 정말 그렇다”며 웃어 보였다.
그렇지만 역시 한 편에 놓여 있는 게임기가 눈에 띄었다. 정체를 물으니 요즘 빠져 있는 게임이라며 이것저것 설명을 해줬다. 좀비 게임이라고 하는데, 엔딩을 벌써 서른 번이나 봤단다. 이 게임을 좋아하는 이유로는 스토리가 좋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게임도 스토리로 하는 천생 배우다 싶었다. 그렇게 게임 속 세계관 설명에 기자도 왠지 영업 당한 듯(?) 스토리에 빠져 들어갔다.
정신을 차리고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무엇보다 박기웅은 제대 후 곧바로 작품에 들어갔던 터라 군 복무 중 이야기가 빠질 수 없었다. 그는 지난 2014년 5월 8일 입대해 의무경찰로 복무, 지난 2월 7일 전역했다.
박기웅은 “입소하기 전날까지 일했다. 정신 차리고 나니까 내가 훈련소에 들어가 있더라”며 “의경이라 서울에서 복무하기 때문에 비교적 덜했지만, 산 중턱에 있어 군경 합동훈련도 받고 군장 메고 산을 뛰기도 했다. 아무래도 제대하고 바로 작품을 한 터라 처음엔 선배님들이 말투가 왜 그러냐고 하시기도 했다”고 군복무 시절에 대해 설명했다.
입대 당시 자신의 나이 때문에 동기들에게 미안하다고 밝혔던 바. 막상 가보니 자신과 나잇대가 맞는 친구들이 있어서 좋았다고 당시 소감을 밝혔다. 일반병으로 지원했던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가 보통 만나는 바운더리가 있지 않냐”며 “그 바운더리를 벗어난 친구들과 언제 한 번 이렇게 형동생으로 함께 지내볼 수 있을까 생각했다.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고,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군대 이야기에 열을 올리더니 “누구나 다 고생하는 군대인데, 아무래도 전역하고 바로 일을 했더니 이 이야기밖에 할 게 없었다”며 쑥스럽게 웃음 짓는 그였다.
(인터뷰②에서 이어집니다.) / besodam@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