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은 했지만, 개봉 첫날부터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 줄 몰랐다. 먼저 본 사람들의 증언, 무시무시한 입소문의 힘이다.
영화 '곡성'(나홍진 감독)이 지난 11일 전야 개봉만으로도 앞서 개봉한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인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의 박스오피스 순위를 제쳤다. 11일 하루 동안 17만 439명의 관객을 동원한 '곡성'은 같은 날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본 관객 수(8만 587명)의 두 배 넘는 관객 수를 기록했다.
'곡성'은 조용한 시골 마을에 한 미스터리한 외지인이 나타난 후 마을에 끔찍한 연쇄 사건이 일어나고, 한 시골 형사가 그 일의 실체를 풀어나가기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작품이다. '추격자', '황해'를 만든 나홍진 감독의 세 번째 영화로 유명하다.
나 감독의 앞선 두 영화가 범죄 스릴러였다면, 이번에는 호러와 오컬트, 스릴러가 뒤섞인 독특한 장르가 완성됐다. 영화를 본 이들이 "새로운 장르"라 칭할 정도로 '곡성'의 이야기는 특별하다.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기대가 큰 것은 이처럼 개봉 전 먼저 작품을 접한 언론 및 평론가, 관객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 덕이 크다. 시사회 이후 유명 평론가들은 높은 평점을 줬고, 언론에서도 극찬이 쏟아졌다.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이 준 강한 인상도 관객들의 선택에 힘을 실었다. '추격자'와 '황해'는 여전히 한국 영화사에 한 획을 그은 강렬한 작품들로 여겨진다. 일부 잔인한 장면들이 단점으로 여겨지기도 하지만, 리얼리티를 살리는 완벽주의자 나홍진 감독의 집요한 연출력은 그를 박찬욱, 봉준호, 김지운 감독의 뒤를 잇는 실력파 감독의 자리에 올렸다.
제69회 칸영화제의 비경쟁 부문에 초청된 것도 무시 못 할 '스펙'이다. '곡성'은 칸영화제의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 우디 앨런 감독의 '카페 소사이어티', 조디 포스터 감독의 '머니 몬스터(Money Monster)',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내 친구 꼬마 거인(My BFG)' 등과 함께 세계 관객들에게 선을 보일 예정이다.
'곡성'의 선전은 언제까지 계속될까? 과연 '곡성'이 천만 영화 등극에 차질이 생긴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를 완전히 꺾고 새로운 천만 영화 후보에 오를 수 있을지 기대감이 모인다. /eujenej@osen.co.kr
[사진] '곡성'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