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도원이 총이라면 영점이 어마어마하게 잘 잡힌 총이다. 조준하면 무조건 맞는다."
나홍진 감독이 영화 '곡성'의 주연 배우인 곽도원을 칭찬한 말이다. 이 말을 그대로 돌려주고 싶다. "(관객들에게) 나홍진이 총이라면 영점이 어마어마하게 잘 잡힌 총"이라고. 그만큼 '곡성'은 매 작품마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나홍진 감독의 연출력이 집약된 영화다.
나홍진 감독은 첫 장편 데뷔작인 '추격자'와 그 다음 작품인 '황해', 단 두 편으로 영화사에 남을 존재감을 보여줬다. 그가 만든 영화의 특징은 '수위'에 있다. 두 편의 영화가 모두 범죄 스릴러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의 잔인한 묘사를 피할 수는 없었겠지만 시각적으로 보는 이들에게 충격을 주는 '센' 장면들이 많았다. 그 때문에 '추격자'나 '황해'는 모두 청소년 관람불가 딱지를 뗄 수 없었던 게 사실.
'곡성'은 그의 작품 중 처음으로 15세 관람가 등급을 받은 작품이다. 비록 영화를 먼저 보고 나온 관객들은 간혹 "이 영화가 왜 15세 등급을 받았느냐?"고 당황하는 일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곡성'은 '추격자', '황해'에 비해 폭력성은 한 톤 내리고, 이를 대신해 오컬트 영화의 스산하고 소름끼치는 분위기가 더해진 수작이다. 기독교와 샤머니즘이 뒤섞여 있는 오묘한 분위기도 괴기스러운 느낌에 한몫 했다.
영화를 본 관객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단순히 재밌는 영화, 좋은 영화라고 말할 수 없는 그 무엇인가가 이 영화에 있다는 것. 영화의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천우희는 '곡성'에 대해 "(관객들에게) 대혼란을 주기 위해 만든 영화"라고 표현한 바 있다. 그만큼 영화는 선과 악, 루머와 의심, 피해자의 고통 등 다양한 키워드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묵직한 주제일 수 있음에도 '곡성'을 '대중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는 것은 관객의 시선을 고정시키는, 나무랄 데 없는 짜임새 때문이다. 무려 2시간 40분에 가까운 러닝타임은 반전에 반전을 더하는 전개와 충격적인 영상, 빠른 장면 전환으로 인해 전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곡성'에 대한 좋은 반응은 벌써부터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난 11일(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전야 개봉임에도 불구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을 뿐 아니라 하룻밤에 무려 17만 439명의 관객이 이 영화를 봤다. 방아쇠는 당겨졌다. 과연 나홍진 감독이 쏜 영점 잘 잡힌 총은 얼마만큼의 관객의 마음을 붙잡을까? 기대감을 자아낸다. /eujenej@osen.co.kr
[사진] '곡성' 스틸 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