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 팬덤 사이에서 '휴덕은 있어도 탈덕은 없다'라는 말이 있다. 어떤 스타를 좋아해서 팬의 세계로 들어가게 된 후에, 잠시 좋아하는 것을 쉴 수는 있지만 안 좋아할 수는 없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 하지만 젝키 덕후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이 커플은 휴덕조차 없이 1990년대 추억을 소환했다.
지난 12일 오후 방송된 MBC 예능프로그램 '능력자들'에는 은지원, 강성훈과 함께 20년 동안 젝스키스를 쫓아다는 젝스키스 덕후 송임선, 노우빈 씨가 출연했다. 두 사람은 실제 커플이기도 했는데, 송임선 씨 덕분에 노우빈 씨도 젝스키스를 좋아하게 된 것.
이날 방송은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에 이어 다시 한 번 즐거운 추억여행을 선사했다. '토토가' 시즌2에서 젝스키스의 재결합을 진행하면서 전국의 수많은 노랭이들을 소화했던 것에 이어서 '능력자들'에서 다시 한 번 노란 우비를 입은 소녀들의 마음을 생각나게 해줬다.
그 시절 젝스키스를 좋아했던 사람들도, '무한도전'으로 인해 젝스키스의 매력에 빠지게 된 대중도 '능력자들'과 함께 즐거울 수밖에 없었다. 그 시절 노랭이들은 과거의 추억을 더듬으면서, 또 현재의 노랭이들은 과거와 지금의 젝스키스를 함께 즐길 수 있었던 것. 그야말로 현실판 '응답하라 1997'이었다.(1997은 젝스키스가 데뷔한 해다). 강성훈까지 함께 출연해 의미를 더했다.
재미있었던 것은 젝스키스 덕후가 들려주는 H.O.T 팬들과의 신경전, 과거에 아이돌을 좋아했던 방법(?) 등 드라마 속에나 등장할 법한 에피소드들이었다. 젝스키스의 해체 이후 '젝키야 사랑해'를 적은 노란색 벽보를 붙이고 다녔던 이른바 '젝사운동'과 콘서트를 보기 위해 은행에서 줄을 섰던 것, 현수막에 사진을 넣은 최초의 팬덤이라는 사실 등을 밝혔다. 타임머신을 탄 듯한 추억여행이었다.
이 커플은 은지원과 강성훈도 놀랐을 정도로 젝스키스에 대한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젝스키스 관련 신문 기사를 보고 신문 발행일까지 맞추고, 영상으로 준비된 문제도 척척 풀어냈다. 물론 김희철이라는 방해요소(?)가 있긴 했지만 그래서 더 즐거운 능력자 검증 시간이었다.
'무한도전' 이상의 재미와 향수였다. '토토가'에서 젝스키스가 16년 만에 완전체로 '커플'을 불렀던 감동이 다시 한 번 되살아난 60분의 추억여행. "젝키짱만 외쳐"라면서, "많이 사랑합니다"라고 밝힌 20년 팬들과 재결합한 젝스키스. 추억으로 인한 감동의 힘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만들어줬다. /seon@osen.co.kr
[사진]MBC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