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이 끝내준다. ‘마스터-국수의신’의 출연진, 연출자, 스태프들이 만들어내는 요리가 아주 일품이다. 도저히 빈틈이 없는 긴박감 넘치는 전개에 비장한 영상미, 배우들의 묵직한 연기력까지 버무려져 깊은 맛을 낸다.
KBS2 수목 드라마 '마스터-국수의 신'(채승대 극본, 김종연·임세준 연출, 베르디미디어, 드림E&M 제작)는 뒤틀린 욕망과 치명적인 사랑, 그 부딪침 속에서 시작되는 사람 냄새 가득한 인생기를 담은 작품. 주인공들의 삶을 진하게 우려내는 연출이 특히나 인상적인데, 이를 뒷받침하는 배우들의 연기는 몰입감을 최대치로 끌어 올린다.
매 장면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젊은 연출자의 넘치는 센스가 구도와 장면을 맛깔나게 구성하는데, 그 기법이 복수를 축으로 하는 통속극 연출과는 색달라 또 다른 즐거움을 주기도 한다.
탄탄한 원작이 있다는 것 역시 든든하다. 총괄을 맡고 있는 배경수 CP는 OSEN에 “그냥 드라마 이야기가 아니라 국수를 놓고 나오는 이야기다. 이 같은 소재가 스토리와 유기적으로 연결이 될 건지가 중요하다. 원작을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것 또한 목표”라고 밝힌 바다.
스토리는 이렇다. 한번 보면 똑같이 따라하는 재능으로 남의 인생을 훔치며 살던 모든 악의 축 길도가 우연히 만난 하정태의 이름을 갖기 위해 그의 집에 불을 지르고 그 과정에서 정태의 어린 아들 순석만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뒤 보육원에 들어가 무명으로 개명한 채 복수를 꿈꾸며 성장한다는 것.
이제 막 본격적인 복수극이 시작되려는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는 중이다. 지난 12일 방송에서는 무명이 길도의 제자로 들어가고, 전통 음식 평론가 설미자(서이숙)에게 길도를 같이 잡자고 제안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복수의 발판이 마련된 것. 제대로 된 복수가 시작되면서 드라마에도 탄력이 생길 전망이다.
배우들의 열연도 드라마의 질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그간 주목받아온 것은 조재현의 소름끼치도록 실감나는 악역 연기. 극중 김길도 캐릭터를 무섭게 해석해내며 안방극장의 공분을 제대로 샀다. 복수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사실 악역이다. 이 역할이 악랄하고 얄미울수록 주인공의 복수가 통쾌한 법이니까.
그의 압도감에 다소 밀리는 모습을 보였던 천정명도 복수가 시작되며 기를 펴고 있다. 앞서 고등학교 교복을 입고 학생을 연기해야하는 어색함도 이제는 완전히 털어버렸다. 3년 동안 지독하게 길도를 미행하며 복수심을 불태우는 무명의 모습을 완벽에 가깝게 녹여내면서 극의 몰입을 높이고 있다는 평. 이밖에도 채여경(정유미) 박태하(이상엽) 고길용(김재영) 등 출연 배우들이 빈틈없는 연기로 극에 힘을 더하고 있다.
앞으로 펼쳐질 전개는 더욱 흥미로울 전망이다./joonamana@osen.co.kr
[사진] '방송화면' 캡처.K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