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이 주인공이냐 아니냐는 구분하지 않아도 된다. 드라마에서 온갖 욕망을 표출하며 ‘욕받이’가 된다면, 주인공의 존재감을 뛰어넘을 수 있다.
악행을 저지르며 극적인 긴장감을 높이는 악역들의 활약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어느 순간 극의 감초를 넘어 주인공과 무지막지하게 대립하는 악역들이 안방극장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분명 극중에서는 욕망의 화신이자 선량한 주인공을 괴롭히는 이들이지만 소름 끼치는 연기로 시청자들의 감탄을 자아내기 때문.
드라마가 점점 극성이 세지면서 달라졌다. 예전처럼 악역 했다가 길거리에서 따가운 눈초리를 받는 시대는 지나갔다. 연기를 잘하기만 한다면 주인공보다 더욱 인상 강한 캐릭터가 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
KBS 2TV 수목드라마 ‘국수의 신’은 연기의 신이라고 불리는 배우 조재현이 있다. 다른 사람의 인생을 훔치고 살인도 서슴지 않는 김길도를 연기한다. 길도는 빠른 두뇌회전과 능숙한 거짓말, 그리고 자신의 욕망에 충실한 악역이다.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 폭력에 시달렸던 길도는 그렇게 악마가 됐고 살인에 대한 죄책감이 없는 ‘사이코패스’가 됐다. 조재현의 섬뜩한 눈빛, 더 이상 얼마나 많은 악행을 저지를지 모를 막나가는 길도의 캐릭터가 안방극장을 압도하고 있다. 길도가 몰락하길 바라는 안방극장의 바람이 큰 가운데, 조재현은 매회 잘해서 얄미운 ‘미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MBC ‘몬스터’에는 ‘돌+아이’ 악역 도광우가 있다. 진태현이 연기하는 도광우는 막나가는 ‘금수저’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아버지에게 인정받기 위해 인명을 경시하는 ‘못돼처먹은’ 인물이다. 도덕적으로 해이한 것은 물론이고 온갖 비리와 범죄를 저질러도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가는 파렴치한 재벌 2세인 것.
진태현은 매회 흥분하고 분노하는 광우의 ‘돌+아이’ 성격을 소름끼치게 연기하는 중이다. 광우라는 악의 축의 철저한 응징이 이뤄져야 이 드라마가 끝이 나는 구조인데, 아직까지는 길길이 날뛰는 광우를 막기 쉽지 않은 상황. 진태현은 동시에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하는 열연을 펼치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KBS, MB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