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하면서 보게되는 방송.'
이정도만 설명해도 알아듣는, 참 신기한 프로가 있다. 바로 5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Mnet '쇼미더머니'가 바로 그것.
국내 유일 래퍼 서바이벌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욕하면서 보는 방송'이라는 수식어가 왠지 더 잘 어울린다. 그럼에도 매시즌 시청률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쇼미더머니'의 매력과 인기요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힙합 끝판왕' 라인업
언더 그라운드 실력파 래퍼들이 마땅히 출연할 방송이 없다는 지적은 사실이다. 음악 방송은 이미 아이돌 그룹이나 중대형 기획사들의 가수들이 점령한 상태다. 목마른 래퍼들이, 인지도를 쌓기 위해 '쇼미더머니'를 찾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별다른 노력없이 '쇼미더머니'를 통해 이들 래퍼들을 수시로 만날 수 있다. 시즌별 우승자(팀)와 준우승(팀)자만 나열해봐도, 참가래퍼 라인업이 또렷해진다. 시즌1) 로꼬, 일통, 시즌2) 소울다이브, 지조, 시즌3) 바비, 아이언, 시즌4)베이식, 송민호.
물론 이보다 더 화끈한 라인업은 심사위원이자 프로듀서의 역할을 겸하는 힙합 뮤지션들이다. '쇼미더머니' 제작진의 섭외력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하는 부분이자, 매시즌 이 프로그램을 가장 주목받을 수 있게 힘을 싣는 이들이다.
감히 '끝판왕'이라 부를 수 있는 프로듀서진은 시즌1) 가리온, 더블K, MC스나이퍼, 미료, 버벌진트, 45RPM, 주석, 후니훈, 시즌2) 이현도, 렉시, 배치기, MC메타, 소울다이브, 아웃사이더, 시즌3) 더콰이엇-도끼, 산이-스윙스, 타블로-마스타우, 양동근, 시즌4) 타블로-지누션, 버벌진트-산이, 지코-팔로알토, 박재범-로꼬, 시즌5) 도끼-더콰이엇, 자이언티-쿠시, 사이먼 도미닉-그레이, 길-매드클라운 등이다.
◇98%의 리얼 볼거리(feat. 악마 편집)
"90분 방송중 논란이 되는 부분은 2%도 되지 않는다. 나머지는 좋은 힙합 뮤지션들의 주옥같은 랩과 리얼리티가 98% 정도의 분량을 차지한다."
이제껏 '쇼미더머니'와 '언프리티' 시리즈를 진두지휘했던 Mnet 한동철 국장은 13일 열린 '쇼미더머니5'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논란'을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일순의 논란을 제외하면, 시종 화면을 통해 흘러나오는 것은 흔히 볼 수 없는 조합의 실력파 래퍼들의 리얼한 경합이다.
볼거리는 정말로 풍성하다. 드넓은 체육관에서 심사위원 8인을 향해 9천명의 참가자들이 순차적으로 랩을 쏟아내는 장면도 그렇고, 프로듀서들이 펼치는 특별한 콜라보 무대나,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에 무대에 등장하는 특급 카메오들이 그렇다. 또 힙합 원석들이 점점 그 빛을 얻어가는 모습도 흥미롭다.
더욱이 앞서 언급했듯 좀처럼 볼 수 없는 힙합 뮤지션들이 프로그램의 주인공이 되어 몇회에 거듭하는 동안에 등장하며, 음악 만으로는 몰랐던 인간적인 이면도 엿보게도 한다. 몰랐던 힙합계 인맥 계보를 아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 풍문으로만 돌았던 힙합 크루들의 소문 확인의 장이 되기도 한다. 여기에 Mnet 특유의 '악마의 편집'까지 곁들여져 쫄깃해지니, '쇼미더머니'는 확실히 볼거리가 많다.
◇"웃지마!!" 정준하, 그리고 길
'무한도전'과 '쇼미더머니'의, MBC와 Mnet의 말도 안되는 콜라보가 이뤄졌다. '무한도전' 행운의 편지 특집에서 하하의 편지를 받은 정준하가 참가래퍼로 도전장을 낸 것. 지코에게 랩 특훈을 받고 'MC민지'로 예선에 참여한 모습은 이미 '무한도전'을 통해 전파를 타기도 했다.
더욱이 '쇼미더머니5'의 프로듀서 라인업에는 자숙 후 처음으로 방송에 모습을 드러낸 길이 있다. 길은 음주운전 물의를 빚고, '무한도전'에서 하차했던 상황. 결국 두 사람은 2년 만에 '쇼미더머니5' 예선장에서 마주했다. 길은 "현장에서 (정)준하 형을 1~2년 만에 처음 봤다. 그래서인지, (정준하가) 연습하고 준비한 것을 알기에 눈물이 나더라. 어떤 눈물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다. 가슴이 찡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길은 오랜만의 복귀에 대해 "실수에 대해서 반성하고 뉘우치겠다. '무엇을 제일 잘하느냐'를 생각했다. 초심으로 돌아가 잘 할 수 있는 건 역시 음악이더라. 좋은 음악을 들려드리는 게 반성의 의미와 보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쇼미더머니5'로 복귀작을 결정한 이유를 전했다. 물론 그밖에도 시즌1부터 계속됐던 러브콜, 그리고 '힙합더바이브'부터 이어졌던 Mnet 한동철 국장과의 인연 등이 길을 '쇼미더머니5'로 이끌었다.
두 사람의 만남뿐 아니라 정준하의 랩 실력도 관심사다. 선공개된 영상에서 심사위원 쌈디 앞에서 "웃지마"를 크게 외치며 현장의 분위기를 압도한 모습은 충분히 인상적이었다. 정준하의 심사를 맡았던 쌈디는 "(정)준하 형 같은 경우에는 마음 고생이 심했던 것 같다. 그 마음 고생만큼 랩을 준비해왔더라. 되게 좋게 들었다. 되게 잘했다"고 그의 랩실력을 칭찬해 궁금증을 더 높였다. / gat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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