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목극 꼴찌에서 1위로 올라서기까지, ‘딴따라’는 다소 진부한 이야기라는 혹평을 들으며 아쉬운 시청률을 나타냈었다.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진 연예 매니저와 천상의 목소리를 가졌지만 환경 탓에 묻혀 있던 가수 지망생의 성장담은 극 초반 ‘안 봐도 본 것 같은’ 인상을 주기 충분했다. 그러나 이 ‘뻔함’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좋은 양념을 만나면 제대로 시너지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딴따라’에서 양념으로 사용된 것은 ‘브로맨스’, 이른바 ‘남남케미’였다.
지난 12일 방송된 SBS ‘딴따라’에서는 이 ‘남남케미’의 정점을 찍은 장면이 등장했다. 바로 줄리어드 음대에서 동문수학하던 카일(공명 분)과 상원(서강준 분)의 재회였다. 드라마 속에서 은근히 감돌던 브로맨스의 분위기는 이 대목을 통해 폭발했다.
출신도 재능도 비등하게 훌륭했던 상원과 카일이었지만, 진로는 극과극으로 엇갈렸다. 상원은 세계적 기타리스트가 된 반면 카일은 수많은 연습생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았다. 카일이 상원과의 사이에 쌓아둔 열등감의 벽을 무너뜨려준 것은 석호(지성 분)이었다.
결국 재회한 두 사람. “너 때문에 돌겠다고 내가” “보고 싶었다”는 등의 대사가 오가고, 둘 중 한 사람은 복잡한 감정이 섞인 눈물까지 흘린다. 헤어진 남녀의 재결합 장면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특히 실제 ‘서프라이즈’라는 배우 그룹에서 함께 활동하고 있는 두 사람인 터라 더욱 끈끈한 조합이 완성됐다. 나루토와 사스케, 버키와 스티브, 고남순과 박흥수를 연상케 하는 역대급 브로맨스였다.
상원은 특별출연이었던 터라 아쉬움 속에 떠나보낸다 쳐도, 아직 시청자들의 눈을 즐겁게 하는 브로맨스는 남아 있다. 특히 극 중 이 같은 관계를 이끌어 나가는 것은 카일과 석호다. 두 사람은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여성과 남성을 불문하고 붙어 있기만 하면 분위기가 살아나는 묘한 매력을 자랑하며 ‘딴따라’의 ‘케미 요정’으로 등극한 바다.
이 같은 훌륭한 양념에 힘입어, ‘딴따라’의 시청률은 8.6%까지 올랐다. 압도적 1위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있지만, 오랜 뻔함 속에서 ‘딴따라’가 찾아낸 브로맨스라는 무기는 KBS 2TV ‘태양의 후예’ 종영 후 바람 빠진 풍선 꼴이 된 수목극 시청률 파이를 늘리는 데 주효할 것으로 보인다./bestsurplus@osen.co.kr
[사진] ‘딴따라’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