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의 선택은 옳았다.
데뷔 이래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배우 곽도원은 나홍진 감독의 신작 '곡성'에서 신들린 연기력으로 '곡성' 흥행에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
'곡성'은 시골마을에서 일어난 의문의 살인사건을 다룬 이야기. 극은 살인사건을 수사하는 마을의 경찰, 종구의 시선으로 이어져나간다.
살인사건을 둘러싼 유력한 용의자, 그리고 피해자들에게 발생했던 똑같은 증상을 겪게 되는 종구의 딸, 그런 딸을 구해내기 위해 마을을 찾은 무당, 그리고 의문의 여인까지 다양한 캐릭터들이 '곡성'에는 등장하지만 뭐니뭐니해도 '곡성'의 주인공은 종구. 때문에 종구 역을 맡은 곽도원의 원톱 주연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렇기에 곽도원의 캐스팅 당시 나홍진 감독의 선택에 의아함을 표하는 이들도 많았다. 물론 곽도원의 연기력에 대한 논란은 아니었다. 곽도원이 소위 말하는 '주연급'이 아니라는 것도 아니다. 흔히 말하는 '티켓 파워'를 지닌 배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었다.
'추격자', '황해' 이후 6년 만에 컴백을 알린 나홍진 감독은 '추격자'로서는 흥행에 성공했지만 '황해'로서는 흥행에는 그리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영화적으로 좋은 평을 받았으며 탄탄한 매니아층을 형성했지만 스코어로서 부진했던 나홍진 감독이 상업 영화 '곡성'을 들고 나올 땐 '티켓 파워'가 있는 배우와 함께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쏟아졌다.
그런 점에서 곽도원은 '티켓 파워'가 검증되지 않은 배우였다. 그간 주연을 하지 않았기 때문. '범죄와의 전쟁'부터 '변호인' 등 다양한 작품을 통해 어마무시한 존재감을 뽐내왔지만 주연으로서 흥행력을 입증받은 적은 없기에 나홍진 감독에게는 어쩌면 도전일 수도 있었다.
그러나 곽도원은 자신을 믿어준 나홍진 감독에게 보여주기라도하듯, '곡성'에서 신들린 연기를 펼쳐보이며 극을 더욱 버라이어티하게 만들었다. 성격이 소심해 살인사건 현장에서도 겁에 질렸던 종구가 점차 가족을 위해 적극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곽도원은 실감나게 그려냈다. 이쯤되면 나홍진의 선택이 옳았다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 trio88@osen.co.kr
[사진] '곡성'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