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5', 역시나 '무도' 정준하도 당한 낚시질 [첫방②]
OSEN 김보라 기자
발행 2016.05.14 06: 55

 1인의 래퍼가 되기 위해 도전장을 내민 정준하는 Mnet 서바이벌 ‘쇼미더머니5’(이하 쇼미5)에서 꽁꽁 숨겨진 비밀병기였다. 제작진이 ‘그 무기’의 위력이 얼마나 강한지 알았기에 초반부터 자랑하듯 꺼내 보일 수 없었던 것이다.
Mnet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한 능수능란하고 자극적인 편집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이른바 ‘악마의 편집’을 하는 방송사다. 하지만 정준하를 소개할 때만큼은 달랐다. 그가 정통 힙합이자 랩에 도전한다는 사실에 집중하며 진정성을 살리기 위해 노력했다. 정준하가 MBC 예능 ‘무한도전’(이하 무도)에서는 멤버들의 먹잇감이 되기 일쑤인데 이날만큼은 어엿한 도전자로서 진지한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지난 13일 첫 방송된 ‘쇼미5’는 과연 정준하가 1차 예선을 통과하느냐 마느냐가 최고의 관심사였다. 제작진 역시 시청자들의 마음을 꿰뚫고 결과를 단 번에 공개하지 않았다. 이날 4팀으로 나눠진 8명의 프로듀서들이 각각 지원자 한 명 한 명을 평가하는 모습을 번갈아가면서 보여줬는데, 정준하를 평가한 사이먼 도미닉이 방송 말미에 등장했다.

초반에 한 번 ‘잠시 후’라는 자막을 붙여 정준하의 도전기를 짤막하게 소개하더니, 중간 광고도 두 세 차례 삽입하며 더욱 더 호기심을 자극했다. 제작진과 시청자의 사이를 연인 관계에 비유한다면 정준하라는 카드를 쥔 제작진이 사랑받는 사람이었다고 할까. 웬만해선 내주지 않았다. 애타게 기다리는 시청자들을 조련하며 밀고 당기기에 뛰어난 능력을 보여준 것이다.
막상 정준하를 응원하는 하하의 미소, 또 오랜 만에 만난 길이 정준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는 장면들을 미루어 봤을 때 그가 목걸이를 받은 것 같은 뉘앙스를 풍기긴 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기 까지는 알지 못하는 게 ‘쇼미’의 편집 매력. 사이먼이 정준하를 껴안으며(혹은 악수를 하며) 수고했다고 말했을지, 아니면 축하한다고 말했을지 지켜봐야 알 것이다.
‘무도’에서 그려진 모습과도 확연히 비교됐다. 지난 3월 방송분은 랩을 모르는 40대 중년아저씨의 랩 도전기가 코믹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졌다. 팔팔한 10~30대 사이에서 정준하가 놀림거리가 될 것이라는 멤버들의 우려와 웃음이 강조된 것.
‘쇼미’ 출연을 바라는 행운의 편지를 쓴 하하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나서는 정준하의 억울함과 울분도 섞여 있었다. 이름을 짓고 지코에게 랩을 배우는 모습, 멤버들의 응원을 받아 지원서를 내고 줄을 서는 과정이 담겼다.
그러나 ‘쇼미5’에서 정준하는 이 같은 구구절절한 사연 없이 9천여 명의 도전자 중 한 명으로 그려졌다. 역시 프로페셔널을 바라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였다. 남들에게 비웃음거리가 되지 말고 준비한 것을 보여주는 정준하의 진정성이 여실히 담겼다. 그가 몇 차까지 올라갈진 모르겠지만, ‘쇼미’에 출연한 정준하의 모습은 ‘무도’와 달라 새로웠다./ purplish@osen.co.kr
[사진] ‘쇼미5’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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