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볼 수밖에 없는 무대였다. 빅스 켄이 이렇게 노래를 잘했던가. 흐트러짐 없는 음정과 끊이지 않고 절정으로 연결되는 감정선, 상대방을 배려하는 호흡에 폭발적인 고음 까지. ‘듀엣가요제’ 평가단의 마음을 완전히 휘어잡았다. 만년 2위의 설움을 떨쳐버리기 충분했다는 평이 이어지고 있다.
경쟁자들이 쟁쟁했다. 가창력으로 인정받는 창민, 레드벨벳의 웬디, 뭉클한 사연들 들고 나온 가수 팀, 멋진 무대 매너를 자랑한 이지혜와 오랜만에 컴백한 가수 조PD가 불꽃 튀는 경연을 펼쳤는데, 결과는 빅스 켄과 최상엽 군의 압승이었다.
이들은 지난 13일 방송된 MBC '듀엣 가요제'에서는 제대로 맞붙었다.
첫 무대는 조PD 듀엣이 꾸몄는데, 두 사람은 DJ DOC의 ‘OK OK’를 신나는 분위기로 편곡해 소화하면서 객석의 뜨거운 호응을 이끌어냈다. 점수는 387점으로 첫 무대치고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절절한 사연을 들고 나온 팀과 박태영 군에게 밀렸다. 두 사람은 필살기 같은 명곡, 유재하의 ‘그대 내 품에’를 선곡해 부드러운 감성으로 판정단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점수는 414점으로 고득점을 기록했고, 뒤에 이어진 웬디와 김재구 듀엣까지 잡을 수 있었다. 웬디X재구 듀엣은 박효신은 ‘해줄 수 없는 일’로 넘치는 감성을 자랑하며 혼성 듀엣을 힘을 보여줬지만 팀과 박태영을 넘지는 못했다.
이 때 등장한 팀이 빅스 켄과 최상엽 듀엣. 만년 2위를 기록하며 ‘다시 보고 싶은 듀엣’으로 수차례 선정, ‘좀비 듀엣’이라는 별칭까지 얻은 두 사람은 이번에야말로 작정을 단단히 하고 온 모양.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으로 역대급 무대를 만들어냈다.
방송 초반보다 한층 자연스럽게 적응한 최상엽의 모습도 놀라웠지만, 무엇보다 점수가 놀라울 정도로 급증한 구간은 켄의 폭발적인 고음 파트였다. 관객은 감동과 함께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선배 가수 성시경과 창민은 무대가 끝난 뒤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기록한 점수는 437점. 이 기록은 끝까지 깨지지 않았고, 결국 켄과 최상엽이 1위 자리에 오르게 됐다.
퍼포먼스가 강점인 그룹 빅스에 소속돼 비교적 가창력과 보컬이 눈에 띄게 드러나지 않았던 켄이다. 확실히 재조명 받을 만한 무대였다는 평들이 방송 이후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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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듀엣가요제'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