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 높은 ‘쇼미더머니’ 아니었던가. 첫 방송에서부터 감동이 만들어질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이번 시즌에 참가한 방송인 정준하가 진정성 있는 모습으로 등장, 시청자들에게 뭉클함을 선사했다. 오랜만에 만나는 옛 동료 길과의 재회도 눈물을 자아낸 포인트였다.
이번 정준하의 Mnet ‘쇼미더머니5’ 도전은 웃음거리였던 것이 사실이다. 애초 그의 출연이 성사된 것 자체가 그를 골려주기 위함이었던 것. 앞서 MBC ‘무한도전-행운의 편지’ 특집에서 하하는 그가 가요제에서 우스꽝스러운 랩을 선보인 것을 놀릴 심산으로 ‘쇼미더머니’에 참가하라는 미션을 부여한 바다.
이후에도 멤버들은 틈만 나면 ‘쇼미’ 출연을 언급하며 정준하를 놀려댔다. 유재석까지 나서 수차례 ‘웃지~마!’를 패러디해 웃음을 줬다.
그렇게 놀림거리, 웃음거리로 전락(?)할 수 있었던 출연임이 확실했다. 그런데 뜻밖의 감동이 찾아왔다. 함께 경쟁하는 래퍼들을 봐서라도 최선을 다 해야겠다고 한 다짐부터, 연습을 하다 보니 열정과 도전정신이 생겼다는 그의 이야기는 감동을 주기 충분했다.
정준하는 지난 13일 방송된 ‘쇼미더머니’ 첫 방송 1차 예선에 MC민지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다.
그가 ‘쇼미’ 예선장이 있는 모습만으로도 보는 이들은 웃음을 빵빵 터뜨렸다. 그런데 그의 예선 심사가 시작되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무서울 정도로 진지했던 그의 모습에 웃음기가 싹 가신 것. 이후 정준하의 모습에서는 젊은이들의 전유물 같은 힙합 음악에 도전하는 중년의 뭉클한 감정까지 느껴졌다.
정준하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그분들에게 민폐가 되거나 공정하지 못한 결과로 상처를 주고 싶은 마음은 없다”라고 진지한 태도를 보였고, 그간 준비했던 랩을 선보였다.
실력이 놀랄 정도로 업그레이드 돼 있었다. 언더 신에서 모두에게 인정받는 래퍼 G2도 가사를 ‘저는’ 압박이 엄청난 심사인데, 정준하는 거침없이 준비한 랩을 쏟아 부으며 박수 갈채를 받았다. 쩌렁쩌렁한 성량과 정확한 딜리버리는 물론, 촌스럽지 않은 라임이 돋보이는 가사들이 인상적. 수준급 실력은 아니었지만 듣는 이들에게 놀라움을 주기 충분한 모습이었다.
랩을 다 마치고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고, 그의 진지한 모습에 심사위원들은 “예능 하러 장난하러 나오신 게 아니구나”라며 감탄을 쏟아냈다.
정준하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멀찌감치 서 그의 오디션 장면을 지켜보고 있던 길의 모습, 심사가 끝난 뒤에야 달려가 포옹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진한 감동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아직 정준하의 도전 결과는 아직 공개되지 않은 상태. 탈락하더라도 그가 남긴 메시지는 강렬하게 남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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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쇼미'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