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h!칸 레터] 낯선 박찬욱, 낯선 '아가씨' [종합]
OSEN 정유진 기자
발행 2016.05.14 20: 29

 낯설었다. 그만큼 영화 '아가씨'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새로운 시도가 돋보였다. 이 '낯섦'은 보는 이들에게 불쾌함을 줄 수도, 재해석의 재미를 느끼게 할 수도 있었다. 
박찬욱 감독은 14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팔레 데 페스티발 3층 컨퍼런스룸에서 영화 '아가씨'의 내 외신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각국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에는 배우 김민희, 김태리, 하정우, 조진웅이 함께 했다. 
역시나 가장 많은 질문을 받은 사람은 박찬욱 감독이었다. 박찬욱 감독은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새 작품을 만든 것에 대해 "구조적으로 특이한 점이 있다. 감정상의 딜레마를 이중으로 거울처럼 마주보게 하는 형식"이라며 결과적으로 반전에 반전을 더할 수밖에 없는 원작의 특별한 구조에 매력을 느꼈다고 했다. 

'아가씨'의 특이한 점은 구조만이 아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일제시대인데, 일본인과 친일파, 한국인 캐릭터가 모두 나온다. 그러면서도 일제시대 하면 떠올릴 만한 도식화된 캐릭터 표현은 거부했다. 예컨대 독립의식이 투철한 주인공이나 조선인들을 괴롭히는 일본인 캐릭터 등이 전무한 것. 
박찬욱 감독은 시대적 배경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외신 기자의 질문에 대해 "한국인은 일본적 요소가 식민지 시절이 표현되는 것에 대해 굉장히 복잡한 감정을 갖게 마련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시대가 이만큼 된 마당에 뭔가 좀 더 내면적이고 복잡한 개인들의 관계를 표현하는 영화도 나올 만도 하다고 생각했다"며 스테레오 타입을 피한 이유를 밝혔다.
감독이 밝혔듯 주인공들은 암울한 시대적 배경과 관계없이 자신들의 욕망을 향해서 달려간다. 백작은 아가씨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아가씨는 자유를 얻기 위해, 하녀는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의 끝을 보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린다. 일제라는 배경은 다채로움과 낯섦을 주기 위한 하나의 색(色)일 뿐이다.  
또 박찬욱 감독은 "계급과 국적의 차이를 벗어난 사랑 이야기도 보여주고 싶었다"며 "이질적인 것들이 한 데 모여서 생기는 낯선 분위기가 중요했다"고 이번 영화의 목표에 대해 설명했다. 박 감독이 언급한 이질적 요소는 여러가지다. 영화는 캐릭터 불문, 한국어보다 일본어 대사가 더 많다. 두 여인의 동성애 역시 여전히 일부 국가에서는 금기시 되는 일이며, 변태적인 성적 취향 역시 시대를 불문하고 적극적으로 다룰 만한 소재는 아니다. 
그러나 결국에 영화가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주인공의 성장과 사랑이 이질적인 것들이 주는 위화감을 해소하기 때문이다. 영화의 후반부는 박찬욱 감독 특유의 괴기스러우면서도 잔인한 블랙 코미디가 덧입혀져 '박찬욱표 영화'를 완성한다. 과연 그의 영화는 이번 영화제에서 어떤 평가를 받게 될까? 관심이 집중된다. /eujenej@osen.co.kr
[사진] AFP BB=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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