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레전드’냐고 묻는다면 이번 무대가 답이 될 듯하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무대였다. 최종 우승을 차지한 린과 최백호는 물론이고 전인권, 안숙선, 최백호, 정훈희 등 역시 왜 이들이 전설로 불리는지 다시 한 번 증명했다.
지난 14일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 감사의 달 특집에서는 선후배의 콜라보 무대가 펼쳐졌다. 안숙선·남상일, 정훈희·윤희석, 최백호·린, 전인원·이하이, 신연아·이동우, 한걸음·박기영이 한 팀이 돼 등장했다.
특히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전인권과 이하이의 무대. 이하이는 일찍부터 인터뷰를 통해 콜라보 하고 싶은 선배로 전인권을 꼽은 바 있다. 이에 전인권 역시 이하이를 눈 여겨 보고 있었다는 것.
독특한 인연으로 무대에 오르게 된 두 사람은 무려 42살이라는 엄청난 나이 차이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한 합을 자랑했다. 들국화의 ‘그것만이 내 세상’을 선곡, 원곡 이상의 감동을 줬다. 이에 두 사람은 앞서 무대를 꾸민 이동우와 신연아를 꺾고 417표를 얻으며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시 이들을 제친 것은 안숙선과 남상일. 최고의 소리꾼 사제지간인 두 사람의 무대에 패널들 모두 “드디어 흥보가의 '흥보 박 타는 대목'을 실제로 보는거냐”며 설렘을 감추지 못했다. 시작된 무대 역시 판소리의 정수를 보여주며 432점을 얻어냈다.
다음 레전드는 정훈희. 그는 남편인 김태화의 곡인 '얘기할 수 없어요'와 '김치블루스'를 색다른 버전으로 편곡해 윤희석과 호흡을 맞췄다. 연륜이 느껴지는 무대 매너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음색이 돋보였다.
마지막 무대는 최백호와 린이 주인공이었다. 다른 무대들에 비해 잔잔한 김수희의 '멍에'를 선곡했음에도 애달픈 감성을 잘 살려낸 두 사람의 화음이 빛을 발한 것. 이에 두 사람은 439점을 기록하며 안숙선과 남상일을 제치고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이처럼 이날 감사의 달 특집은 레전드가 왜 레전드인지 다시 한 번 알게 하며 많은 이들의 고막이 녹아내리게 만들었다. 그야말로 ‘갓’들의 전쟁이라고 해도 무리가 아닌 무대에 그저 눈과 귀가 황홀했을 뿐이다. / jsy901104@osen.co.kr
[사진] ‘불후의 명곡‘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