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69회 칸 영화제가 한창 열리고 있는 이 곳 프랑스. 영화와 휴양, 그리고 해변의 도시 칸에는 여우같은 한국 여우 두 명이 세계의 영화팬들을 홀리고 있습니다. 바로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 속 두 여자 주인공 김민희와 김태리 입니다.
오랜만에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한 한국영화 '아가씨'는 박 감독이 지난 2009년 ‘박쥐’ 이후로 7년 만에 내놓은 장편 영화죠. 그만큼 국내외에서 기대가 높고 화제가 많은 작품입니다. 박 감독이 영국 작가 사라 워터스의 소설 ‘핑거스미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이야기라는데요.
‘레즈비언 역사 스릴러’로 수많은 마니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소설을 기반으로 만든 만큼 ‘아가씨’에는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 두 명이 등장합니다. 귀족 아가씨 히데코와 검은 의도를 품고 그를 모시게 된 하녀 숙희가 그 주인공입니다. 드라마 ‘굿바이 솔로’와 영화 ‘화차’ 이후로 안정적이고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 주고 있는 김민희와 신예 김태리가 각각 히데코, 숙희 역을 맡았습니다.
박 감독이 소설을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레즈비언 설정이 다소 줄어든 듯하지만, 한국을 떠나오기 전 '아가씨' 제작보고회에서 만난 김민희와 김태리의 ‘케미’만 봐도 기대감은 쭉쭉 치솟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거장 박찬욱과 첫 호흡을 맞춘 터라 긴장감은 역력했지만, 이들이 주고 받는 미소만으로도 금세 회장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똑같이 화이트톤의 의상을 맞춰 입고 나온 것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김태리는 “커플룩이예요!”라며 환하게 웃었죠.
먼저 타협 없는 전라 노출이라는 파격적 조건에도 1500:1이라는 어마어마한 경쟁률을 자랑했던 숙희 역에 발탁된 김태리는 첫 영화, 첫 제작보고회 자리라서인지 목소리까지 떨릴 만큼 긴장을 했더군요. 쏟아지는 관심과 질문에 정면을 바라보지 못하는 모습까지 신인의 풋풋함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그는 사회자 박경림이 “이런 자리가 생애 처음일 텐데 기분이 어떠냐”고 묻자 “죽을 것 같아요”라고 웃는 천진한 소녀였습니다. 그런 김태리가 입을 뗄 때마다 감독부터 배우들, 취재진까지 흐뭇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봤습니다. 특히 선배 김민희는 곁에서 시종일관 도닥이며 안심시켜주는 훈훈한 광경도 엿보였습니다.
김태리는 ‘아가씨’ 촬영 이전에도 가장 좋아하는 배우로 김민희를 꼽았다는데요. 이를 들은 김민희는 “진짜?”라고 다정하게 묻더군요. 김태리는 “김민희 언니랑 같이 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감독님과 대화를 나누던 중이었는데, 언니에게 푹 빠져서 출연작들을 몰아 보고 있을 때였거든요”라며 신기해 했습니다. 우연히도 가장 좋아하는 선배와 첫 작품에서 마주하게 되다니, 정말 짜릿한 기분일 듯했습니다.
그는 “제가 김민희 언니를 가장 좋아한다고 하니까 감독님께서 굉장히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때는 ‘감독님도 좋아하는 분인가 보다’했어요. 함께 하게 돼서 너무 행복하고 많이 배웠고 즐거웠습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김민희 역시 굉장히 뿌듯한 미소를 짓더군요.
김민희 역시 김태리 칭찬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김태리 양 같은 경우, 워낙 신인답지 않게 침착하고 유연했어요. 이 친구가 귀여웠다고 생각했던 것은, 한창 더울 여름 촬영 때 큰 컵에 커피나 티, 물을 많이 들고 항상 다니는데 자기가 먹던 빨대를 제 입에 넣어 주더라고요. 되게 귀엽다고 생각했어요”라고 현장 분위기를 증언했는데요. 신인 배우의 천진난만함이 김민희의 마음도 움직였던 모양입니다.
언뜻 차갑고 도회적인 이미지의 두 사람은 은근 닮은 듯도 했습니다. 이따금씩 얼굴 가득 귀한 웃음을 터뜨릴 때는 소녀의 순수함이 묻어난다는 점까지도요. 그래서인지 이 신선한 조합에서도 찰떡 같은 ‘케미’가 느껴졌습니다. /osenstar@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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