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어 마이 프렌즈’ 김혜자가 전쟁이 나도 두려울 것 없는 72세에 이 세상을 떠나려 한다. 노인 자살은 자살 생각의 연속적 과정으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자아 존중감 같은 개인의 심리적 특성도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 낮은 자아 존중감이 건전한 자기상을 확립하지 못하고 자기 학대와 무가치함으로 이어져 자살을 생각한 것이다.
지난 14일 방송된 tvN 금토극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이하 디마프) 2회에서 조희자(김혜자 분) 할머니가 자살을 시도하는 모습이 담겨 그 연유에 궁금증을 모았다.
희자는 비교적 독립심이 투철한 할머니였다. 비록 6개월 전 남편이 죽고 나서 갑자기 사는 게 두려워졌고 아들들의 집을 전전하며 살았지만 “나 혼자 살 수 있다”고 말하고 다녔다. 하지만 남편이 죽은 게 자살시도에 심리적으로 큰 작용을 한 것이다.
그녀는 남편을 잃은 날 장례식장에서 아들 내외가 하는 얘기를 듣고 충격을 받았다. 며느리가 시아버지보다 시어머니가 더 먼저 돌아가셨어야했다는 실언을 한 것. 어머니가 남편 없이 아무것도 못할 것이라고 예단한 것이다.
이에 희자는 맞벌이 하는 작은 아들 내외가 사는 필리핀으로 떠났다. 본인이 살림을 거둘 수 있으니 눈칫밥은 먹지 않을 것으로 확신했던 것. 하지만 그 집에는 여러 명의 메이드(maid)들이 있었고 할머니가 할 일은 없었다. 이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 막내 아들 유민호(이광수 분)와 살기로 했다.
희자는 혼자서 전구를 달다가 의자에서 떨어져 다쳤고, “혹시 치매 걸린 게 아니냐”는 의심까지 받았다. 자신을 염탐하는 젊은 남자 마크 스미스(다니엘 헤니 분) 등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은 희자는 우울증을 겪으며 자살 생각까지 이어지게 됐다.
한 고층 아파트의 옥상으로 올라간 그는 “죽기 딱 좋다. 근데 여긴 안 되겠다. 떨어지다 밑에 사람들하고 부딪히면 괜한 사람들 다칠라”며 걱정을 했다. 그의 살가운 성격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희자는 이어 한밤중에 도로변에 서서 차에 치이길 기다렸다.
‘다마프’는 우리나라가 노인 자살의 증가율이 높지만 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꼬집었다. 이 사회에 노인은 어차피 죽을 존재라는 인식이 깔려있는 것. 하지만 노인들도 열정이 있었고 젊은 사람들 못지않게 치열하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러므로 노인 자살의 문제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회적 도전이며 과제이다. 물론 희자가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로 자실을 시도했지만 그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이유는 짐처럼 귀찮아하는 자식들의 마음이 아닐까./ purplish@osen.co.kr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