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승호처럼 소심하고 내성적으로 보이려고 노력했어요. 실제 성격은 되게 활발하거든요. ‘기억’을 하면서 정신적으로도 성장을 많이 한 것 같아요. 난관에 부딪혔을 때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지 깨달았죠.”
지난 6일 종영한 tvN 금토극 ‘기억’(극본 김지우, 연출 박찬홍)에서 이승호 역을 맡아 선배 배우들의 사랑을 받은 신인 배우 여회현은 실제로 전혀 어둡지 않았다. 신인인 탓도 있겠지만 밝고 쾌활한 모습이 꿈 많은 대학생을 연상시켰다.
‘기억’은 알츠하이머를 앓은 스펙 좋은 변호사 박태석(이성민 분)이 인생의 진정한 가치와 행복은 가족이며 사랑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일깨워줬다. 여회현은 극중 유능한 변호사 아버지를 둔 로펌 후계자 이승호를 연기했다. 날 때부터 타고난 엘리트지만, 학창시절 의도치 않게 뺑소니 사고를 내 태석의 아들 동우를 잃게 만든 범인이었다.
여회현은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현장에서 전노민 선배가 아버지라면 이성민 선배는 삼촌 같았다”며 “연기뿐 아니라 촬영장에서 살아나가는 방법을 알려 주셨다. 그 분들이 ‘너 나이대가 생각난다’면서 인생 얘기도 해주셨다. 대선배와 연기를 해서 긴장을 많이 했는데 편안하게 만들어주셨다”고 종영 후 감사한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승호 캐릭터를 맡으면서 초반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제가 그동안 공연도 해보고 드라마도 해봤지만 이번 드라마는 정말 역대급으로 힘든 역할이었어요. 이해하기 어려워 남들에게 빗대어 생각을 해보고 대입을 해봤죠”라며 “그렇게 하다 보니 저절로 승호가 이해가 되더라고요. 승호가 불쌍하고 불행한 아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날 때부터 부와 명예를 다 가졌지만 세상 누구보다 불행한 아이라고 생각을 했죠”라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초반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갈수록 강박증을 풀게 됐어요. 남들이 뭐라고 하든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더 잘 된 것 같네요. 제가 배우로서 성장하는 과정이었어요”라고 말했다.
드라마가 전개될수록 신인답지 않은 여회현의 당당한 연기가 눈에 띄었다. 마지막 회에서 태석에게 자신이 진범임을 밝히는 승호의 오열은 보는 이들을 집중하게 만들며 합격점을 받았다.
여회현은 대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힘든 일 없이 소위 ‘꽃길’을 걸어왔다. 예고 재학시절 전교 1등을 해 내신 1등급을 받은 모범생이었다는 것. “이런 말하면 너무 자랑 같지만 저는 비교적 대입의 길이 순탄했던 것 같아요. 예고에서 전 과목 1등을 했고 내신을 1등급을 받았어요. 정말 열심히 했고 그 결과가 좋아 힘든 부분은 없었던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가 이런 자랑까지 한 이유는 데뷔를 하면서 인생의 첫 고비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21살 때까지 인생이 힘들다는 생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데뷔 이후 심적으로 너무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게 됐어요. 하지만 생각을 전환하니 행복의 기준은 평범한 일상이더라고요. ‘기억’에서 강조하는 부분과 같죠. 로또를 맞아서 행복한 것도 아니고, 갑자기 외모가 멋있어진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먹고, 건강하게 사는 게 행복인 것 같아요. 이렇게 생각하니 같은 상황인데도 스트레스가 반으로 줄어들더라고요.”
스물세 살 청년 여회현은 나이보다 성숙했고, 당찼다. 그에게 혹시 나가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느냐고 물었더니 “‘정글의 법칙’”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와 함께 계곡이나 강에서 낚시를 즐겼었다. 또 축구나 족구를 좋아해서 ‘우리동네 예체능’에 나가보고 싶다. 하지만 토크쇼는 자신이 없다”며 웃었다.
동국대 연극학부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 중인 그의 목표는 누구에게나 신뢰를 주는 배우가 되는 것이다. 여회현에게 최종 꿈이 무엇이냐 물으니 길게 고민하지 않고 “믿고 보는 배우다. 신뢰감을 주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여회현이 저 역할을 또 어떻게 해냈을까’라고 궁금하게 만드는, 여러 면모를 보여주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요.(웃음)”/ purplish@osen.co.kr
[사진] 손용호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