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문희표 연기가 다시 시작됐다.
MBC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호박 고구마를 ‘고구마 호박’이라고 거꾸로 불러 큰 웃음을 안겼던 나문희 여사가 이번엔 tvN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천진난만하고 시원 솔직한 캐릭터로 거침없이 안방극장을 찾았다.
고령화 사회에 노인들의 시선으로 삶을 조명하며 따뜻함을 전하는 ‘디어 마이 프렌즈’(극본 노희경, 연출 홍종찬)는 배우 고두심 김영옥 김혜자 나문희 박원숙 윤여정이 주인공으로 출연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 가운데 나문희는 고집불통의 남편과 만나 여행 프로그램 본방 시청도 미루며, 고분고분하게 살아온 문정아 역을 맡아 순종적인 여성상을 보여준다. 남편의 고집에 눌려 평생을 숨죽이며 살았고, 세 딸들의 집안일을 도우며 시간당 만 원짜리 알바를 한다. 그러나 이 월급 30만 원은 고스란히 요양원에 있는 친정 엄마에게 들어간다.
세계일주가 인생의 최대의 꿈인 정아는 평생을 자식에, 시동생들까지 구제했는데 남편은 그녀의 마지막 꿈을 철저하게 짓밟으며 욕을 한바가지 쏟아냈다. 정아는 딸들에게 헌신적이고 사려 깊은 성격과 뒤끝 없이 시원시원한 모습으로 중장년의 시청자들까지 빙그레 웃음 짓게 한다.
지난 1961년 MBC 라디오 1기 공채 성우로 데뷔한 나문희는 활동 36년 만에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데뷔 후 성우로 활동하다 다양한 드라마에 출연하며 배역을 가리지 않고 출연해왔다.
시장 골목 아주머니, 고지식한 어머니 등 그녀가 이제까지 맡아온 역할을 빛나는 주연이 아닌 그늘에 가려진 조연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기꺼이 얼굴에 주름살을 그려 넣었고, 머리카락을 하얗게 물들이며 망가지는 역할도 두려워하지 않았다.
‘디어 마이 프렌즈’는 젊은 스타들이 아닌 중견 연기자들의 파격적인 변신으로 시청자들을 끌어 모으고 있다. 가벼운 연기에 식상함을 느낀 시청자들에게 연기와 인생의 참맛을 선사하는 대배우들의 과감한 색깔 연기가 커다란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고현정에게 “네 가슴이 크다”며 과감한 대사를 날리는 나문희의 표정 연기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그만의 캐릭터다. 단순히 남을 웃기는 연기가 아니라 오늘날 우리가 잃어버린 그 시절의 순박한 인간미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고구마 호박”을 뛰어넘을 나문희의 대박 대사가 탄생할지 기대된다./ purplish@osen.co.kr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거침없이 하이킥’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