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파 배우 마동석이 올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깜짝 스타로 급부상하고 있다. 건장한 체구의 그가 좀비들을 상대로 한바탕 활극을 펼친 한국영화 블록버스터 '부산행'이 지난 13일(현지시각) 칸 뤼미에르 극장에서 상영된 뒤 티에리 프레모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역대 최고의 미드나이트 스크리닝"이란 극찬을 받았기 때문.
꾸벅꾸벅 졸기 딱 좋은 한 밤의 영화 상영에서 프랑스 관객들은 마동석의 등장 때마다 환호와 박수를 보내며 온 몸으로 응원하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연상호 감독을 비롯해 공유와 정유미, 김수안 등 '부산행' 출연진이 칸의 찬사를 받는 그 순간, 마동석은 한국에 있었다. 왜?
마동석은 지금 영화와 드라마를 동시에 찍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오는 6월 18일 첫 방송되는 OCN 토일드라마 '38 사기동대'와 김용화 감독의 신작 '신과 함께'를 촬영중이다. '38 사기동대'는 사전 제작이라서 마동석은 최근 몇 달 동안 밤샘을 밥 먹듯 하고 있다.
"칸에 가기 위해 (38 사기동대)제작진과 몇 차례 얘기를 해봤지만 도저히 짬을 낼수가 없었습니다. 사전제작인데다 제 출연 분량이 워낙 많다보니 2~3일 잠깐 칸에 다녀오는 일정이 불가능했어요. 안 그래도 밤샘 촬영으로 다들 고생이 많은데 제가 아쉬워도 좀 참는 게 낫지 않겠어요.(웃음)"
마동석은 자신의 첫 블록버스터 주연 영화의 칸 레드카펫 밟는 걸 스스로 포기했다. 함께 고생하는 동료들에게 혹시 피해가 갈까봐 먼저 배려한 것이다. 대신에 칸에서 '부산행'이 호평을 받고 자신의 연기가 주목을 받은 소식은 가장 먼저 들었다.
"연상호 감독이랑 공유랑 (정)유미랑, 칸에 가 있는 '부산행' 식구들이 갑자기 앞다퉈 문자를 보내는 거에요. 촬영에 여념없던 상황이라 무슨 일이 났나하고 봤더니 '형 나올 때마다 박수 터졌어'라고 찍혀있더군요. 왜 안 기쁘겠어요. 저도 당장 달려가고 싶은 심정이 굴뚝 같았죠. 무엇보다 영화가 잘 됐으니 그게 가장 잘된 일입니다."
충무로 캐스팅 0순위로 손 꼽히는 마동석은 연상호 감독의 장편 상업영화 데뷔작에 전격 출연한 이유도 밝혔다. "연 감독의 작품들을 예전부터 무척 좋아했습니다. '돼지의 왕'과 '사이비'를 보고 감명을 세게 받았어요. 그런 연 감독이 제게 시나리오를 건넨 작품이 '부산행'이었고 줄거리와 역할이 마음에 꼭 들었습니다. 또 한국에서는 이런 좀비 영화가 상업적 블록버스터로 제작된 적이 없었어서 이전부터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부산행'은 기존의 진부한 좀비물과 달리 재미와 풍자를 동시에 담은 수작으로 손 꼽힌다. 딸을 지키는 아빠 석우(공유 분)와 만삭의 아내를 지키는 상화(마동석 분)의 더블 포스트로 극을 이끌면서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한다. 좀비로 뒤덮이는 부산행 KTX. 임신한 아내와 함께 문제의 기차를 탄 상화는 무차별적 공격을 가하는 좀비들을 맨손으로 제압하며 가공할만한 힘을 자랑한다. 특별출연했던 '베테랑'의 문구점 사장이 장편으로 연결됐다고 할까. 프랑스 관객들조차 마동석의 신비스런 힘과 연기에 홀딱 빠진 작품이 바로 '부산행'이다./mcgwire@osen.co.kr
<사진> '부산행'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