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소희(23)를 실제로 만나니 화면에서 본 모습보다 훨씬 더 키가 크고 마른 체형이었다. 누가 봐도 한 눈에 반할 여리여리한 청순녀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대화를 나눌수록 다부진 모범생의 향기가 짙게 배어나왔다.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잘 알고 있듯 윤소희는 카이스트 생명화학공학과에 재학 중인 소위 ‘뇌섹녀’다. 이외에도 ‘수학 영재원 출신’ ‘독일어 가능’ 등의 화려한 수식어를 자랑한다. tvN 예능 ‘뇌섹시대-문제적 남자’에 출연해 총명한 두뇌로 뇌 풀기 문제 도전, 하석진과 김지석 팀의 우승을 이끌기도 했다.
공부에 재능을 가진 그녀가 연기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연예인에 대한 막연한 관심과 호기심 때문이었다.
윤소희는 최근 진행된 OSEN과의 인터뷰에서 “중학교 때 막연하게 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지원을 해봤는데 부모님이 좋아하시진 않았다”며 “그럼 나도 좋은 대학에 가면 일단 엄마를 설득시킬 수 있겠다 싶었다. 카이스트에 입학해서 연예인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기획사에 캐스팅이 됐고 여기까지 오게 됐다”며 데뷔를 하게 된 과정을 설명했다.
tvN 금토드라마 ‘기억’을 본 시청자들이라면 깔끔한 원피스 차림에 세련된 매너로 변호사 박태석을 살뜰하게 챙긴 비서 봉선화가 떠오를 것이다. 또 ‘식샤를 합시다’를 좋아했다면 귀여운 매력을 폴폴 풍기던 자취녀 윤진이가 떠오를 수도 있겠다. 뭇 남성들이 그녀의 이름을 궁금해 하면서 마지막에 오르는 자막을 살폈을지도 모르겠다. 윤소희는 풋풋하고 귀여운 매력을 살려 작품 속에서 깨끗한 인상의 호감형 숙녀를 표현했다.
그녀는 올바른 가정환경에서 잘 자란 듯한 느낌을 준다. 어릴 때부터 연예인을 꿈꾸며 겉멋에 빠진 아이들 중 하나는 아니었다. 그녀의 말처럼 “아주 모범적인 학생”이었다.
“학생시절엔 공부만 열심히 했어요. 그래서 일탈을 꿈꾸며 배우가 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지금도 부모님이 제 스케줄을 관리하셔서 연애가 어려워요. 촬영 중에도 전화를 자주 해요. ‘기억’을 촬영하던 어느 날 저녁 8시부터 전화를 하셔서 ‘언제와? 혹시 일찍 끝났나 싶어서 전화했지’라고 하세요.(웃음)”
데뷔 후 연예인과의 연애 경험이 있었느냐고 묻자 “없었다”며 “썸을 탄 적은 있었지만 진지하게 사귄 적은 없었다. 연락을 주고받아도 마음이 크게 동요하지 않는 것 같다. 촬영장에서 선배님들이 엮어도 저는 좋지 않았다”고 답했다.
“저는 자주 혼자 다녀요. 샵에 갈 때도 매니저 없이 혼자 가고.(웃음) 이번에 드라마가 끝나면 여행을 가고 싶었는데 갈 시간이 될지 모르겠어요. 조금 더 있다가 가을에나 갈 것 같아요.”
최근 마친 ‘기억’은 인간의 부와 명성보다 가족의 사랑과 소소한 일상이 더 큰 행복이라는 것을 일깨워준 작품이다. 이에 윤소희는 “원래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은 행복과 사랑이라고 생각을 했다. 이 드라마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같았다”며 “박태석이라는 인물이 알츠하이머를 통해 깨달은 것이지,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함을 담은 드라마라고 생각한다. 그것들의 소중함을 느끼고 보이지 않았던 것들의 소중함을 느낀 것 같다. 여러 가지를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윤소희는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장르와 캐릭터에 대해 “한동안 해보고 싶었던 것은 인간이 아닌 역할이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초능력자나 뱀파이어 역할을 해보고 싶다. ‘사랑하는 은동아’에서 은동이 같은 역할을 다시 해보고 싶기도 하다. 그게 아니더라도, 어떤 역할이든 지금은 연기를 잘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여러 장르를 다 해보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저는 연기를 진지하게 잘하고 싶어요. 이성민 선배님처럼 ‘연기를 진심으로 하는 구나’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 좋은 배우로 봐줬으면 좋겠다.”/ purplish@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