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혜자를 떠올리면 머릿 속에 가장 먼저 '엄마'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인자한 미소, 고운 목소리, 따뜻한 눈빛, 그리고 작은 체구에서 느껴지는 강인함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들과 닿아있다. 그래서 그런지 김혜자가 연기한 '엄마들'은 대중에게 강렬한 잔상을 남긴다. 스크린 브라운관 가리지 않고 말이다.
김혜자는 최근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1년 만에 브라운관에 컴백했다. 극 중 그가 맡은 역할은 72세 사차원 독거소녀 조희자. 수줍고 조신하고 밝은 성격의 소유자로 무난하고 평탄한 인생을 살아온 보통 가정주부였지만, 남편이 죽은 뒤 그녀의 인생은 180도 변화하는 인물이다.
우연히 자식들이 "아버지말고 어머니가 먼저 돌아가셔야 한다"고 말한 것을 듣고 만 것. 이후 홀로서기를 결심한 조희자는 70살이 넘어 '홀로서기'에 도전한다.
'디어 마이 프렌즈'속 김혜자는 자식과 남편을 위해 인내하고 살아온 세상의 모든 어머니를 대표한다. 평생을 희생했기에 뒤늦게 홀로 남자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자살까지 시도하는 그의 모습은 김혜자 특유의 엄마 연기로 자연스럽게 시청자의 가슴을 울린다.
거실 전구를 갈아끼우던 중 부상을 당해도 아들의 안부를 먼저 묻고 "낮잠이라도 자고 가라. 엄마는 다 괜찮다"고 말하는 엄마 조희자. '엄마' 조희자는 김혜자를 만나 더욱 효과적으로 표현된다.
또 다른 엄마 또한 김혜자의 손에서 재탄생되는데 바로 영화 '마더'다. '디어 마이 프렌즈'속 조희자와는 180도 결이 다르지만, 이 또한 김혜자는 어머니가 가진 모성애와 광기어린 집착을 제대로 표현했다.
'마더' 속 김혜자는 지능이 낮은 아들을 키우며 읍내 약재상에서 생계를 꾸린다. 어찌보면 평범한 어머니와 아들이지만, 아들이 살인혐의로 구속되자 광기어린 집념과 집착을 보이며 아들을 구제하고자 한다.
아들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마다하지 않는 '마더' 속 엄마는 김혜자의 광기어린 눈빛연기를 통해 그대로 녹아난다.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다 한들, 김혜자의 애처로운 눈빛은 캐릭터에게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중요한 구실을 하기 때문.
김혜자의 '엄마'는 또 있다. 지난 1999년 개봉한 영화 '마요네즈'에서는 웬수같은 딸과 티격태격하는 푼수 엄마로 변한다.
'마요네즈' 속 김혜자가 연기하는 엄마는 평생동안 남편에게 사랑받지 못해 허영심 가득한 여자. 억척스러운 그녀의 모습은 딸(최진실 분)에게도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다. 어찌보면 김혜자가 연기한 엄마 중 가장 엄마답지 않은 엄마였지만, 엄마들의 공통분모인 '모성애'는 여기에도 담겨있다.
새롭게 만난 작품 '디어 마이 프렌즈'를 통해 또 하나의 어머니를 표현하고 있는 김혜자. 이번에도 그녀가 연기하는 '어머니'가 기대되는 이유다. /sjy0401@osen.co.kr
[사진] tvN 제공, 영화 '마더' '마요네즈' 스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