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마저 시작됐다. 직장에서 비교당하는 설움에, 집에선 쫓겨난 신세에, 학창시절 자신을 평생 B급으로 만들었던 여자의 옛 연인을 짝사랑하게 됐다. 이처럼 배우 서현진은 ‘또 오해영’에서 온갖 짠한 상황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녀의 모습은 언젠가 한 번쯤 겪어봤을 우리의 모습이지 않은가.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에서는 오해영이라는 이름을 가진 두 여자가 등장한다. 예쁜 얼굴에 좋은 성격과 집안까지 빠지는 것이 없어 ‘금’ 수식어가 붙는 해영(전혜빈 분)과 모든 것이 평범하다고 설정돼 있어 ‘흙’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해영(서현진 분)이다.
같은 이름으로 피해를 본 건 ‘흙’해영이다. 학창시절부터 ‘금’해영과 비교당하면서 당연히 자신은 3급이라고 생각하고 살았다. 겨우 벗어나나 했더니 직장에서 다시 만났다. 그것도 자신의 상사로 말이다. 동명이인으로 인한 비교와 그에 대한 설움이 다시 시작됐다.
지난 16일 오후 방송된 5회분에서는 직장에서도 사랑 앞에서도 작아지는 ‘흙’해영의 모습이 그려졌다. 자신은 그저 자신일 뿐인데 ‘금’해영 옆에만 있으면 아류가 되는 것 같이 주변인들로부터 깎아내려지는 상황이다.
출근하는 순간부터 비교가 시작됐다. 같은 스카프를 매고 왔기 때문인데 당연히 피해가야 하는 건 ‘흙’해영으로 지목됐다. 회식 자리에서도 이어졌다. 노래를 부르면 호응도가 달랐고, 심지어 사석에서 호칭을 썼다고 상사에게 혼나는 것도 ‘흙’해영뿐이었다.
짠한 상황에 풀 죽어 있던 ‘흙’해영을 밝혀준 건 박도경(에릭 분)이다. ‘금’해영 앞에서 유일하게 자랑할 수 있었던 건 도경과 스스럼없이 지낼 수 있는 사이라는 것. 그러나 이마저도 눈물 펑펑이다.
‘흙’해영이 짝사랑을 시작했다. 알콩달콩한 짝사랑 말고 짠한 짝사랑이다. 그도 그런 것이 도경의 옛 연인이 ‘금’해영이었음을 알게 되면서다. 그 역시 1급수에서 놀던 사람이라는 걸 깨달은 것. 1급은 1급을 만나고, 3급은 3급을 만나는 그들만의 리그라는 ‘흙’해영의 대사가 시청자들의 가슴에 박히고 있다.
서현진은 로코의 장점을 살려 망가지는 연기도 두려워하지 않고 웃음을 선사해왔던 바. 이번에는 마음이 짠한 상황에서 공감 가는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들의 아픈 손가락으로 등극했다. / besodam@osen.co.kr
[사진] '또 오해영'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