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소녀시대가 아닌 가수 제시카(27)는 어떨까. 연습생 시절부터 15년 동안 SM엔터테인먼트에 있으면서, 소녀시대로 활동하면서 제시카는 참 많은 것을 얻었다. 지금의 제시카가 있을 수 있었던 것도 소녀시대 덕분. 데뷔 9년 만에 홀로서기에 도전하는 제시카는 그래서 더 떨렸다.
지난 2014년 소녀시대에서 탈퇴하고, SM에서도 독립해서 홀로서기를 한 제시카는 오랜 고민 끝에 다시 한 번 가수로 팬들을 만나게 됐다. 대형 기획사, 잘나가는 인기 걸그룹에 속해 있을 때는 몰랐던 음반 제작 과정 하나 하나 직접 자신의 손을 거쳐 만들어낸 음반이다. 제시카의 첫 번째 솔로음반 '위드 러브, 제이(With Love, J)'는 오랜 고민과 고마움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솔로로 나올 거라고 전혀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어요. 그냥 저를 응원해주는 팬들이 계속 '노래 언제 할 거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해줬고, 너무 고마워서라도 하고 싶어졌죠. 이번 음반의 목표는 그들에게 주는 선물이에요. '위드 러브 제이'는 데뷔 때부터 써왔던 문구인데, 팬들이라면 알아들을 거예요."
팬들에게 주는 선물인 만큼 제시카는 이번 음반에 세 곡의 자작곡을 수록했다. 타이틀곡 '플라이(Fly)' 역시 제시카의 자작곡. 꿈을 꾸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았는데, 제시카는 이번 음반 전체적으로 밝고 희망적인 응원의 메시지를 담으면서 팬들을 위해 노래했다. 특히 5번 트랙 '골든 스카이(Golden Sky)'는 팬들에게 보내는 헌정곡이다.
솔로 음반 발표 전 만난 제시카에게서 설렘과 긴장이 가득 묻어났다. 사실 제시카가 솔로음반을 발표하기 전 기자들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았을 선택이다. 당연히 그동안 궁금했던 소녀시대와 SM에 대한 질문이 쏟아졌다. 제시카는 의외로 당황하기보다는 진지하게, 또 웃음으로 이야기를 풀어갔다. 소녀시대의 얼음공주가 아니라 의외로 애교 가득한 면이 사랑스러운 제시카였다.
"소녀시대 탈퇴는 저도 갑작스러웠어요. 지금도 소녀시대는 정말 소중해요. 데뷔 때부터 그랬고, 사실 소녀시대가 아니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잖아요. 인생은 책인 것 같아요. 한 장 넘어갈 타이밍이 왔었던 것 같아요."
지금의 제시카를 만들어준 소녀시대였기에 여전히 애틋하다는 그녀. 그도 그럴 것이 제시카는 2000년부터 SM 연습생 생활을 했고, 오랜 준비 끝에 소녀시대로 데뷔하게 됐다. 소녀시대로 데뷔해서 지난 8년 동안 최정상의 인기를 누리면서 활동했다. SM과 소녀시대는 제시카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물론 SM에 있을 수도 있었죠. 제 동생 크리스탈도 거기 있고요. 상의를 했었고, 논의 끝에 혼자 하는 게 더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돼서 지금 여기가 제 사무실입니다(인터뷰는 제시카가 소속된 코리델엔터테인먼트 사무실에서 진행됐다). 하하하. 학교도 졸업하잖아요. 외국인학교는 12학년까지 쭉 다니는데, 학교를 다니다 졸업한 느낌이에요. SM에 대한 서운함이나 그런 것은 없어요."
공교롭게도 제시카가 첫 번째 솔로음반을 발표하기 일주일 전, 소녀시대의 동지 티파니 역시 데뷔 후 처음으로 솔로음반을 발표하게 됐다. 묘하게 경쟁구도가 형성됐지만, 제시카는 "일주일이나 따로 나오는데..."라며 웃었다.
"티파니 음반 수록곡도 다 들어보고 쇼케이스도 봤어요. 정말 멋있는 것 같아요. 티파니하면 러블리하잖아요? 새로운 모습이고, 티파니가 시도하고 싶었던 게 분명히 있었던 것 같아요. 멋있게 활동하고, 잘됐으면 좋겠어요."
사실 제시카가 홀로서기를 하면서 좋은 반응, 팬들의 지지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소녀시대 탈퇴가 워낙 갑작스러웠기 때문에 팬들의 오해는 쌓였고, 좋지 않은 반응도 있었다. 제시카는 굳이 오해를 풀지 않아도 언젠가는 풀릴 거라고 말하면서 그래도 지지해주는 팬들에게 힘을 얻었다.
"사실 악성 댓글은 원래 많았어요(웃음). 아무래도 오해가 있긴 하죠. 제 성격상 '무플'보다 관심 가져주는 게 낫다고 생각해요. 예전에는 상처를 받기도 했는데, 이제 달라졌어요. 컸나 봐요. 성숙해진 느낌이요. 그냥 덤덤해요. 사실 해명하는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오해는 언젠가 때가 되면 다 풀려요. 그걸 막 내 입장에서 혹은 누군가의 입장에서 이야기하면 더 꼬일 것 같아요. 저는 원래 일상에서도 그러는 편이에요."
이럴 때 얼음공주처럼 '쿨'한 면모가 드러났다. 화기애애하게 인터뷰가 진행되는 사이 얼음공주에서 알고 보면 애교퀸인 제시카의 사랑으로 화제가 넘어갔다. 소속사에서 함께 일하고 있기도 한 연인 타일러권에 대해 제시카는 무척 조심스러워했다.
"회사를 여기로 정하게 되면서 팬들 생각에 고민이 되긴 했어요. 그런데 저를 가장 잘 알고 잘 보살펴 주고 믿음이 가는 곳이고, 이야기가 잘 통하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해요. 친구들과 같이 있는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만나게 됐어요. 결혼설은... 뭐 발표하고 그런 게 아니니까 설이긴 하겠죠? 요즘 주변에서 결혼을 하는데 부럽긴 하더라고요. 여자라면 생각을 안 하지 않으니까, 때가 되면 하지 않을까요?(웃음)."
이 인터뷰는 어떻게 보면 홀로서기를 하는 제시카의 각오를 듣는 시간이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녀에 대한 편견을 깨는 시간이었다. 인터뷰를 끝내니 이제 그녀에게 도도한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안 어울릴 것 같을 만큼 예상외로 사랑스러움이 가득했다. 홀로서기를 통해 더 밝은 에너지를 담고 돌아온 제시카의 행보가 기대된다. /seon@osen.co.kr
[사진]코리델엔터테인먼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