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대신 그렸다" vs "말도 안 되는 소리"
가수 조영남이 또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이번엔 가수가 아닌 화가로서다. 무명화가 A씨는 2009년부터 조영남을 대신해 그림을 그렸다고 폭로했고 조영남 측은 황당하다고 밝혔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장은 17일 OSEN에 "속초에서 활동하는 화가 A씨로부터 신고를 받고 조영남의 서울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A씨의 제보를 토대로 본격적인 수사에 들어갔다.
◆협업은 사실, 누가 보조였나?
A씨의 주장은 이렇다. 자신이 조영남의 그림 300여 점을 8년간 대신 그렸는데 그 작품들이 고가에 판매됐다는 것. 특히 조영남의 대표작인 화투 그림을 주로 그렸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90%를 그려서 주면 조영남이 10%를 덧칠했다"는 A씨의 주장에 조영남 측은 정면으로 맞섰다. 한 측근은 OSEN에 "나도 옆에서 봤는데 조영남이 바쁠 때 A씨가 공백에 덧칠하는 정도였다. 많은 이들이 조영남의 작품 활동을 지켜봤다"며 A씨의 주장이 터무니없다고 반박했다.
◆미술품도 대량 생산?
A씨는 조영남의 매니저와 작품에 관해 주고받은 문자 메시지가 있다고 했다. 조영남이 작품을 의뢰하면 2~3점에서 10~20점씩 그려서 전달했다고 매체 인터뷰에서 주장했다.
반면 조영남 측은 "그와 오래도록 일한 매니저분은 돌아가셨다. 현재 매니저는 들어온 지 얼마 안 됐다. A씨가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매니저가 누구인지 모르겠다"며 오해의 소지가 있음을 내비쳤다.
◆보조 화가, 업계 관행인가
조영남 측도 A씨와 함께 일한 건 맞다고 인정했다. 다만 "교수들이 논문을 혼자 쓰나? 화가들 역시 마찬가지다. 대부분 조수 겸 보조를 둔다. 조영남 역시 그랬지만 본인이 화투 그림을 그린 건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교수 겸 비평가 진중권은 SNS에 "조영남 대작 사건. 검찰에서 사기죄로 수색에 들어갔다는데 오버액션입니다"라며 "이상하게 들릴지 몰라도 개념미술과 팝아트 이후 작가는 콘셉트만 제공하고 물리적 실행은 다른 이에게 맡기는 게 꽤 일반화한 관행"이라고 적었다.
◆압수수색=과잉 수사?
이제 남은 건 검찰 수사다. 압수수색까지 진행했으니 검찰은 조영남의 작품에서 A씨가 어느 정도 힘을 보탰는지, 누구의 그림인 건지 좀 더 수사를 보태 진위를 밝혀낼 전망이다.
하지만 이러한 검찰 수사에 조영남 측은 "개인 화가의 일이다.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도 없는데 압수수색이라니 검찰 측의 과잉 수사가 아닌가"라며 억울해했다. /comet568@osen.co.kr
[사진] OSEN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