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9회 칸 영화제에 초청된 한국 영화들은 여러 모로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비경쟁 부문 미드나잇 스크리닝에 초청된 '부산행'(연상호 감독)의 인기는 영화를 들고 직접 찾은 감독과 배우들이 어리둥절해 할 정도였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으로부터 "역대 칸 최고의 미드나잇 스크리닝"이라는 찬사를 받은 이 영화는 지난 13일 현지 상영회 당시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 갈채와 환호를 받았다. 또한 칸 영화제 기간 동시에 진행되는 마켓에서도 전 세계 72명의 바이어들로부터 구매 문의를 받았다.
정작 '부산행'의 주역들은 해외에서의 좋은 성과에 어리둥절해 했다. 감독부터 주연 배우들까지 "'부산행'이 칸에 올 줄 몰랐다"는 반응. 지난 14일(현지시각) 오후 프랑스 칸 영화진흥위원회 박스에서 열린 '부산행' 기자간담회에서 만난 이들은 얼떨떨해 하면서도 기분 좋은 얼굴이었다.
특히 영화의 전반을 이끌어 갔던 공유는 "'부산행'이 칸에 간다고 할 때 이해가 안 됐다"고 솔직하게 말해 취재진을 웃게 했다. 관객들이 좋아할 만한 상업적인 영화라고 생각했던 '부산행'이 칸 영화제의 초청을 받을 작품성 있는 작품으로는 생각하지 못한 것.
"뤼미에르 극장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전혀 몰랐어요. 처음 해외 영화제에 나온 것만으로 설레고 좋았어요. 감독님한테 감사할 뿐이죠. '부산행'으로 칸에서 멋지고 소중한 경험을 감독님 덕에 하게 돼 감사해요. 영화를 찍을 때 몰랐던 이 사람의 아우라가 있더라고요. 새삼스럽게 멋져 보이고 현장에서 막 대했던 게 걱정되고 지금은 굽신거리고 있습니다.(웃음)"
공유가 처음부터 이 영화에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신감 넘치는 감독의 모습이 마음을 열었다. 그는 "처음에 감독님 만나 영화를 할 지 말지에 대해 선택의 기로가 있었다. 감독님이 워낙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오지 싶을 정도로, 기분 나쁘지 않은 자신감이 보였다. 내 걱정을 말씀드렸었는데 영화를 처음 봤는데 보니 내가 우려한 부분을 잘 표현해주셨다"며 영화에 대한 만족감을 표했다.
'부산행'에서 공유가 맡은 역할은 펀드 매니저이자 무뚝뚝한 아빠 석우다. 석우는 이혼한 아내에게 딸을 데려다주기 위해 부산행KTX를 탔다가 재난을 당하고, 그 속에서 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로맨틱한 남자의 대명사인 그는 '남과 여'에 이어 또 다시 아빠 역을 맡았다.
"평이한 캐릭터가 좋아요. 오며가며 볼 수 있을 법한 평이한 캐릭터를 선호하는 것 같아요. 제 마음에 그런 게 있어서 같이 일하는 매니지먼트에서는 그런 걱정을 하기도 하죠. 영화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마동석 씨의 캐릭터처럼 캐릭터가 세고 안 세고는 중요한 게 아닌 것 같아요. 영화에 출연하는 사람, 그 사람이 극 중 어떤 분위기 만들 수 있는 지,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 지가 중요하죠."
공유에게 왜 아빠 역을 맡겼느냐는 말에 연상호 감독은 "공배우가 영화를 많이 찍었다. 그런데 지금의 공유 이미지와 가장 닮은 캐릭터가 '부산행'의 석우라고 생각한다"며 "공유가 나이를 먹어가며 보여주는 멋, 이미지, 멋이 있다. 그런 멋이 '부산행'에 잘 녹아 들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공유는 자신의 실제 이미지가 석우와 비슷하다는 말에 "내가 그렇게 '싸가지' 없어 보여?"라고 반문해 웃음을 주기도.
공유는 '부산행'의 과정이 액션 영화였던 '용의자' 못지 않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뜨거운 KTX 안에서 3개월간 고생했다는 것. 그러나 그는 극 중 좀비 역할을 맡았던 배우들에게 공을 돌리며 "현장에서 열심히 하는 모습에 자극이 됐다. 그분들이 아니었다면 '부산행'도 없다"고 진심어린 감사를 전해 눈길을 끌었다. 결과물에 대한 만족도는 모두가 알다시피 최상급이다.
"작품 할 때 그런 얘기를 자주 들어요. '왜 했느냐'는 얘기요. '부산행'도 그런 애기 들었어요. 왜 한국에서 좀비 영화를 하느냐? 좀비 영화가 만들어진다는 것이 저에게 의미가 있었어요. 그런 욕심이 있었다. 그걸 함께 하는 데 연상호 감독님은 제가 원했던 만큼의 그림을 잘 구현해 주셔서 감사했고요. 좀비를 무서워하던 분들도 영화를 보고 좀비보다 사람이 더 무섭다고 느끼셨으면 했어요. 관객들이 그렇게 영화를 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공유는 이번 칸 방문에서 느꼈던 감정이 배우 생활 15년 만에 처음으로 느낀 것들이라고 했다. 해외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 격려와 박수가 감동으로 다가온 듯 했다.
"한국에 돌아가고 난 다음에 생각이 날 거 같은데 지금은 정신이 없어요. (웃음) 되게 신선했고 그 모든 것들이 배우로 15년간 일 했는데 왜 이런 기분을 처음 느낄까? 왜 이런 작업을 처음 하느냐에 대한 고민중이에요."/eujenej@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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