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검사, 대기업 회장 등이 드라마 속 주된 캐릭터다. 당연히 이들이 다루는 사건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무겁고 화나는 것들. 하지만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곳곳에 웃음 장치를 넣어 통쾌함을 더하고 있다.
17일 방송된 KBS 2TV '동네변호사 조들호' 16화에서 정회장(정원중 분)은 각종 비리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게 됐지만 돌연 건물 앞에서 쓰러졌다. 심장마비로 응급 수술까지 받았지만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는 그. 아니나 다를까 이는 일종의 쇼였다.
조들호(박신양 분)가 이를 놓칠리 없었다. 정회장이 입원한 순간부터 그는 파견 나온 의사로 변신, 능청스럽게 병원을 활보하고 다녔다. 간호사마저 꿈뻑 넘어갈 정도로 조들호는 대담했다. 이를 연기하는 박신양은 웃겼다.
조들호는 정회장이 꾀병 연기를 하고 있다는 걸 밝히고자 했다. 그래서 패밀리가 나섰다. 황애리(황석정 분)와 배대수(박원상 분)는 각각 청소부와 환자로 변장해 정회장의 병실 앞을 서성거렸고 그의 아들이 병문안을 하고 나온 뒤를 밟았다.
사실 정회장의 아들은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말에 도피생활을 마치고 귀국, 유산을 챙기고자 했다. 아들의 말에 의식불명 연기를 하고 있던 정회장은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철없는 아들은 아버지가 살아 있어서 유산 걱정을 안 해도 되자 해맑게 웃었다.
그리고는 누군가와 전화 통화에서 "우리 아버지? 노인네 멀쩡하더만"이라고 말했다. 화장실에 숨어 있던 배대수는 이를 녹음했고 황애리와 함께 임무를 완수했다. 결국 조들호 패밀리는 정회장이 꾀병인 걸 입증하는 증거까지 손에 넣게 됐다.
이를 느낀걸까. 정회장은 악몽을 꿨는데 마치 현실처럼 생생했다. 조들호 패밀리가 자신을 수술실로 납치해 톱과 연장으로 협박한 것. 검찰 조사를 빌미로 톱을 든 조들호를 보며 정회장은 경악했다. 꿈이었지만 뜻밖의 스토리에 시청자들은 묘한 쾌감을 느꼈다.
마지막 한 방 역시 마치 한 편의 시트콤 같았다. 이은조(강소라 분), 황애리, 배대수는 병원 화재 경보를 작동시켜 마치 불이 난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고 경호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어 정회장의 병실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더욱 유난스럽게 연기하기 시작했다.
의식불명 연기를 하며 누워 있는 정회장으로서는 움찔할 만한 상황. 그럼에도 그는 꿈 참았고 세 사람은 한바탕 소동을 일으킨 뒤 경호원을 완벽하게 유인했다. 그러는 사이 정회장은 불안감을 못 이겨 벌떡 일어섰고 그의 곁에는 동영상 촬영을 하고 있는 조들호가 서 있었다.
정회장은 좌절했다. 그런 그를 향해 조들호는 "잘 찍히셨다. 아주 잘 나오셨다. 회장님 괜찮으시다고 해서 병문안 왔는데 심장마비 다 뻥이네. 이럴 줄 알았으면 꽃단장 좀 하고 오시지. 대국민 사기극이 아주 잘 찍혔는데. 대기업 회장님이 창피하지도 않냐. 하다하다 별 짓을 다 하신다 유치하게. 감옥 가기가 그렇게 싫으시냐"고 조롱했다.
비록 조들호에게 매회 위기가 닥치긴 하지만 '사이다' 전개가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안기고 있다. 16화는 마치 영화 '어벤져스'를 콩트화 한 듯한 스토리로 시청자들을 웃음 짓게 했다. 아무리 봐도 안방을 웃기고 울리는 매력작이다. /comet568@osen.co.kr
[사진] '동네변호사 조들호'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