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출생의 비밀까지 밝혀졌다. 노름꾼과 일국의 왕자로 만나 순식간에 형님 아우 사이가 됐다. 서로가 형제임을 알아보지 못한 채 세월은 흘렀으나 날이 갈수록 깊어지는 눈빛만은 꼭 닮아 있었다. 비록 드라마 속이지만, 이상하게도 서로 점점 닮아가는 듯한 ‘대박’ 속 장근석과 여진구의 ‘케미’가 눈에 띈다.
지난 17일 방송된 SBS ‘대박’에서 대길(장근석 분)이 자신의 출생에 숨겨진 비밀을 모두 알게 됐다. 숙종(최민수 분)과 숙빈 최씨(윤진서 분)의 첫째 아들이자, 육삭둥이로 태어나는 바람에 죽은 것으로 위장하고 궐 밖으로 나가야만 했던 사연까지 전부 이인좌(전광렬 분)로부터 들은 대길은 혼란에 빠졌다.
갑작스럽게 몰랐던 사실과 직면하게 된 것은 대길 뿐만이 아니었다. 연잉군(여진구 분) 역시 지난 방송에서 때로는 앙숙처럼, 때로는 친구처럼 지내던 대길이 자신의 친형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 터다.
드디어 형제로서 부모 앞에 서게 된 두 사람은 어느덧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능력은 출중하나 무수리 출신인 어머니를 둔 탓에 일찌감치 세자 자리는 포기한 채로 생존에 급급했던 연잉군,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버려진 것이나 다름 없던 생활을 한 데다가 아버지라 믿고 지냈던 백만금(이문식 분)까지 눈 앞에서 잃은 대길. 자라온 환경은 그야말로 ‘왕자와 거지’ 만큼 차이가 나지만, 이들의 삶에 흐르는 결핍의 정서만은 같았다.
대궐 안의 연잉군, 그리고 저잣거리의 대길은 이 같은 상황에서 기댈 곳 하나 없이 버텨왔다는 점도 닮았다. 그래서인지 연잉군이 궐 안으로 들어오는 대길을 보고 마음 속으로 ‘형님’이라 되뇌는 대목은 애절하기까지 했다. 물론 겉으로는 “형님이라 부를 순 없다”고 잘라 말하며 애써 차갑게 굴었지만.
아버지인 숙종을 바라볼 때는 경외 가득한 눈빛, 어머니 숙빈에게는 애틋한 시선, 이인좌 패거리에게는 살벌한 눈초리를 보내는 두 사람은 마치 형제가 아니었던 시절 따위는 없다는 듯 비슷한 모습이 되어가고 있었다. 궁에서 숙종을 보고 자란 연잉군이 점점 그와 닮아갔던 것처럼 말이다.
이토록 한 거푸집에서 찍어낸 듯한 연잉군과 대길은 힘을 합쳐 ‘공공의 적’ 이인좌를 추포하는데 성공한다. 여기서도 실제 형제간을 연상케 할 만큼 유사한 면모가 있었으니, 바로 ‘설익음’이다. 백두산 호랑이 같은 기백을 자랑하는 아버지에 비해 연잉군과 대길은 아직 이인좌의 달변에 말린다. 기껏 그를 잡아 놓고 하나하나 죄목을 열거하던 연잉군이 이인좌의 반박에 당황하는 모습이나, 이날 방송 말미 대길이 이인좌의 술수에 넘어가려는 장면은 채 무르익지는 못한 두 형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연잉군과 대길은 아직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이들이 ‘대박’을 통해 점점 닮아가는 모습, 그리고 아버지처럼 기백있는 모습으로 자라는 과정 역시 아직 끝나지 않았다. 회를 거듭할수록 이 형제의 활약에 기대감이 모이는 이유다. 더불어, 연잉군과 대길이 호형호제하는 날 역시도 궁금해진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대박’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