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전에 반전이 연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박'을 더욱 쫄깃하게 만들어주는 인물이 바로 김체건 역의 안길강이다. 장근석을 다시 만난 안길강. 두 사람의 연기 호흡이 그 어느 때보다 빛이 났다.
SBS 월화드라마 '대박'(극본 권순규, 연출 남건)은 왕의 핏줄이지만 천운에 따라 조선 제일의 타짜가 되는 백대길(장근석 분)을 중심으로 숙종(최민수 분)과 이인좌(전광렬 분)의 치열한 싸움을 그려내고 있다.
대길은 갓난아기일 때 버려져 쭉 만금(이문식 분)의 손에 자랐다. 하지만 만금이 이인좌의 손에 죽고 난 뒤 대길은 이를 악물고 복수의 칼날을 갈았다. 화살을 맞고 절벽에서 떨어지는 것은 기본이고 뻘에 박히고 살아있는 뱀을 뜯어먹는 등의 생고생을 하면서 대길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을 해나갔다.
이 때 대길을 극적으로 구해준 이가 바로 김체건(안길강 분)이다. 대길은 김체건을 사부로 모신 뒤 온갖 훈련을 거듭했고, 이를 통해 날아오는 화살도 피할 수 있는 실력자가 됐다. 끈끈한 정을 나누면서도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대박'의 초중반을 책임지는 웃음 포인트였다.
비밀을 간직한 무사로 카리스마를 뿜어내다가도 코믹한 상황을 연출하는 안길강의 연기 내공은 매순간 빛이 났는데, 이는 장근석과 함께할 때 더욱 큰 시너지 효과를 얻곤 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방송된 '대박' 16회에서 재회하게 된 대길과 김체건의 모습은 또 다른 재미를 선사했다.
이날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대길은 숙종으로부터 이인좌를 추포해오라는 명을 받았다. 혼란스러운 마음으로 집에 돌아온 대길은 김체건을 만나게 됐다. 반갑게 그를 맞이한 대길은 곧바로 김체건에게 쌀밥을 차려줬다. 대길이 떠난 뒤 쌀밥 구경도 못했다며 급하게 밥을 먹던 김체건은 대길 옆에 앉은 설임(김가은 분)을 보더니 두 사람 사이를 오해했다.
대길이 아니라고 하자 김체건은 숟가락으로 그의 머리를 쳐 웃음을 자아냈다. 최근까지 투전판을 깨고 다니며 타짜 소리를 듣던 진중한 모습의 대길은 김체건을 만나자마자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만 것. 이는 철없던 시절부터 함께했던 사부 김체건 앞에서만 가능한 일이었다.
또한 김체건은 이인좌를 추포하고 돌아오는 길 "내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지?"라고 묻는 대길에게 "내가 니 놈을 가르치면서 하나 깨달은 것이 있다면 내가 아니라도 결국 이 자리에 왔을거다. 신경 쓰지 마라. 어차피 바뀌는 것도 없으니"라며 그의 마음을 달랬다. 투박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조언이었다. 그리고 이는 장근석과 안길강의 물 흐르듯 자연스럽고 맛깔스러운 연기 호흡 덕분에 뭉클함이 더욱 배가됐는데, 앞으로 펼쳐질 '이인좌의 난' 속에서 두 사람이 또 어떤 특별한 모습을 보여줄 지 기대가 되는 대목이다. /parkjy@osen.co.kr
[사진] '대박'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