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해영’ 속 예지원은 한마디로 이상하고 기괴한 44세 노처녀다. 대기업 외식사업본부 이사직에 올랐지만 밤만 되면 거나하게 취해 미친 사람처럼 술주정을 부린다. 헌데 그 모습이 웃기지만은 않다. 바라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짠하면서 따뜻한 그 뭔가 올라온다.
지난 17일 방송된 ‘또 오해영’(극본 박해영, 연출 송현욱) 6회에서 박수경(예지원 분)이 사랑의 아픔을 겪은 듯한 과거 이야기가 소개됐다.
잊지 못한 한 남자에 대한 아픔 탓인지 수경은 이날도 술에 취해 동생 도경(에릭 분)의 친구인 이진상(김지석 분)에게 “외계인이 올 거 같니 안 올 거 같니”라고 물으며 “언제 온대냐. 만나면 지구를 꼭 박살내달라고 전해다오. 다 같이 작렬하게 전사하자”고 헛소리를 해댔다. 낮에는 커리어우먼으로서 멋지게 정상적으로 살지만, 밤만 되면 사랑하고 싶다는 소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수경이 술을 마시는 이유는 옛 사람을 잊기 위한 것. “당신이 떠난 이후로 난 매일 술을 마십니다. 외계인은 꼭 와야 한다. 지구는 꼭 박살나야 한다”고 말하며 아픔을 드러냈다. 좀 과격한 표현을 통해 이별의 상처를 절실히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또 그녀가 밤만 되면 산발로 머리를 풀어헤치는 이유가 과거의 남자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예지원의 코믹 연기가 갈수록 통쾌한 웃음을 안긴다. 이젠 술 취한 모습이 안나오면 심심하고 허전할 정도. 그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예지원표 코믹 연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다. 도경과 오해영(서현진 분)의 설레는 사랑과 함께 수경의 엽기적인 행각이 보는 재미를 높인다.
그래도 그녀에게 한가닥 희망이 있다. 진상과의 러브라인이 곳곳에 암시되고 있기 때문. 향후 두 사람의 사랑이 어떻게 그려질지 기대를 높인다. 엽기적인 노처녀 곁에 있는 진상을 통해 한 가닥 희망이 남아 있는 것 같아 그 이상의 따뜻함을 안긴다./ purplish@osen.co.kr
[사진] ‘또 오해영’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