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갑자기 나타나서 일을 망치는 캐릭터들이 있다. 드라마에서는 이를 ‘민폐 캐릭터’라고 부른다. 가만히 있기만 해준다면 고마울 지경이다. 사사건건 주인공의 일을 방해하는 민폐 캐릭터 판타스틱 4를 살펴봤다. 물론, 악역이 분노를 사면 살수록 연기력을 인정받듯이 민폐캐릭터들이 짜증을 유발한다는 건 그만큼 배우가 열연을 펼쳤다는 뜻이기도 하다.
#1. ‘추노’ 언년이(이다해 분)
지난 2010년 방송한 KBS 2TV ‘추노’에서 언년이 데스노트를 기억하는가. 그로 인해 극중 많은 캐릭터들이 죽음을 면치 못한다는 뜻에서 탄생한 말이다. 이는 언년이가 극에서 어떤 역할에 그쳤는지를 알려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심지어 ‘언년이 때문에 ~~하게 됐다’는 24개의 문장이 줄줄이 나열된 민폐 리스트까지 등장하게 됐다. 각종 단연 출연자들부터 조연들까지 사망하게 이른 것과 주인공인 대길(장혁 분)은 칼에 맞기도 하고 일을 그르치게 됐으며 결국 폐인까지 만들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2. ‘태양의 후예’ 진소장(조재윤 분)
언년이를 잇는 민폐 캐릭터가 최근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다. 바로 지난 4월 뜨겁게 종영한 KBS 2TV ‘태양의 후예’의 진소장(조재윤 분)이다. 진소장은 우르크 전력 공사 치프 매니저로 지진이 발생했을 때 다른 사람들의 생명은 안중에도 없고 자신의 이익만을 챙기려는 이기적인 모습으로 질타를 받은 바 있다. 특히 유시진(송중기 분)이 생존자(이이경 분)를 구하러 무너진 건물로 뛰어 들어갔는데, 다이아몬드를 찾겠다고 건물을 부수려고 했다. 살아 돌아온 두 사람을 보고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는 모습에 서대영(진구 분)이 대신 분노해줬지만, 여전히 이기적인 진소장의 모습을 떠올리면 분노를 삭일 수 없다.
#3. ‘치즈인더트랩’ 상철선배(문지윤 분)
조별과제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면 당장에라도 조별과제가 왜 있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품을 것이다. 지난 3일 종영한 tvN ‘치즈인더트랩’의 상철선배(문지윤 분) 이야기다. 상철은 홍설(김고은 분)과 같은 과 선배로 캠퍼스 최고의 민폐 캐릭터로 꼽힌다. 그도 그런 것이 자신의 힘으로 하려는 것은 없고 불만만 많은 인물로, 홍설에게 빌붙어 학점을 챙기려고 한다. 원래부터 나쁜 심성이 아니라는 점은 자신이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모르는 것으로 보여 오히려 짜증을 더 유발했다.
#4. ‘욱씨남정기’ 이지상(연정훈 분)
특별출연이었으나 엄청난 존재감을 과시하고 간 JTBC ‘욱씨남정기’의 연정훈도 있다. 연정훈은 극중 웰파트너스 이지상 대표로 분해 욱다정(이요원 분)과 긴장감을 조성했다. 지상은 다정의 세 번째 전 남편. 다정 주변에서 치밀하고 철저한 계획을 세우며 그녀를 위기에 빠뜨렸다. 게다가 연정훈이 카메오로 등장한 후 3회가 지날 때까지 그 이유가 밝혀지지 않아 시청자들은 그저 답답한 가슴을 칠뿐이었다. 다행히 지상은 러블리 코스메틱과 다정을 포기하고 돌아갔지만, 그 때문에 다정이 사표까지 던진 것을 생각하면 시청자들의 분노를 받기 충분한 캐릭터였다. / besodam@osen.co.kr
[사진] 각 드라마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