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JTBC 금토드라마 ‘욱씨남정기’에서 최고의 발암유발자를 꼽으라면 단연 신팀장이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는 회사를 제대로 키우지는 못 할망정 러블리 코스메틱 직원들을 괴롭히는 건 기본이고 성추행까지 해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다. 시청자들은 신팀장을 향해 악플을 쏟아냈을 만큼 ‘발암덩어리’였다.
신팀장이 이처럼 엄청난 ‘욕’을 먹었던 데는 배우 안상우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알 수 있다. 안상우는 대학로에서 오랜 시간 연극배우로 활동하며 차곡히 연기 내공을 다졌고 드라마와 영화에도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쌓았다.
“고등학교 때 연극반에서 연기를 처음 접했고 무대에 서서 연기한 건 제대하고 나서였어요. 입대 전에는 잘 모르고 쫓아다녔죠. 그때는 ‘라이크(Like)’ 개념에서 쫓아다녔고 제대 후에는 ‘라이프(Life)’의 목적으로 연기했죠. 19년 정도 연기한 것 같아요. 제대하고 23살에 무대에 섰고 29살 때 아는 배우들끼리 프로젝트 개념으로 극단을 만들어 연기하다 이제는 제가 직접 운영하고 있어요. 지금은 연극 무대에 서는 횟수는 적고 연출을 하고 있죠.”
역시 20년 가까운 내공을 가진 배우에게서 나오는 포스는 달랐다. 안상우는 신팀장 그 자체였고 신팀장은 안상우 같았다. 그의 섬세한 연기 덕(?)에 시청자들은 신팀장을 보며 매회 분노했다.
“댓글들이 재미있었어요. 댓글에서 ‘신팀장 간경화로 죽어라’라고 하는데 재밌더라고요. 방송을 보고 실제 그런 감정을 느껴서 말하는 거니까요. 신팀장은 현장에서도 별명이 쓰레기였어요. 좋은 못한 상황을 안고 있음에도 자기가 하고 싶은 거 다 하는 재활용 안 되는 쓰레기였죠.(웃음)”
그야말로 신팀장은 러블리 코스메틱에서 암적인 존재였다. 툭하면 직원들을 괴롭히는데 그 수준이 짜증 날 정도였다. 그야말로 인격모독이었다. 여직원 성추행을 증언한 박현우(권현상 분)에게 배신자라고 하며 끈질기게 괴롭혔다. 하지만 안상우는 신팀장을 연기하는 배우로서 신팀장이 그러는 이유를 이해해야 해다.
“신팀장을 연기하면서 연민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던 금전적으로 가진 건 있지만 내면에 외로움이 있고 소통에 대한 갈망이 있었던 것 같아요.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어 독립해서 사업도 할 수 있고, 바지사장 앉혀놓고 못된 짓을 하고 돌아다녔을 텐데 구성원이 되고 싶어 했던 것 같아요. 직원들을 괴롭히고 그랬던 게 자기 안의 외로움에 대한 소통의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사실 신팀장은 극 초반에는 어떤 캐릭터인지 제대로 표현되지 않았다. 그저 직장에 한 명쯤은 있는 ‘진상’ 정도로 보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러블리 코스메틱 사장 조동규(유재명 분)의 처남이었고 러블리 코스메틱의 막대한 지분을 가지고 있는 조동규 장모의 아들이었다.
“신팀장 캐릭터가 어떻게 흘러갈지 몰랐어요. 4회까지는 조동규의 처남이라는 설정이 없었어요. 그저 남정기를 괴롭히고 과도하게 회사 일에 참여한다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런데 제가 처남이었고 부모의 돈으로 만들어진 회사라는 걸 알고는 대놓고 까불었죠.(웃음)”
신팀장을 향한 네티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신팀장이 발암유발자’라는 반응이었다. 이쯤 되니 배우 안상우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주변에서 ‘욱씨남정기’를 많이 봤더라고요. 장모님이 저 때문에 욕먹는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위가 성추행 사위라고요.(웃음) 얼마 전 결혼식에서도 장인어른 친구들이 저한테 ‘너 실제로 그렇게 결혼생활 할 거는 아니지’라고 했어요. 그래도 최대한 악한 기운 가운데 유머러스한 걸 넣으려고 했죠. 독한 악역이 아니라는 느낌을 주려고 극 중 양갱이를 던지면서 ‘엄마한테 이를 거야’라고 하는 등 어딘가 비어 보이기도 한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죠.”
안상우 주변 사람들이 그의 장모에게 ‘성추행 사위’라고 했을 만큼 신팀장의 못된 짓 중 하이라이트는 장미리(황보라 분)의 정직원 계약을 두고 성추행을 한 장면이었다. 정규직 전환을 가지고 대놓고 장미리를 성추행했다. 시청자들을 분노케 했던 이 장면이 알고 보니 아침 일찍 촬영됐다.
“아침 8시에 성추행연기를 하려고 하다 보니 미안하더라고요. 횟집과 바에서 장미리를 성추행했던 장면 모두 오전에 촬영했어요. 황보라에게 아침부터 미안하다고 했죠.(웃음) 아침부터 술 먹은 연기를 했는데 재미있었어요.”
사실 장미리 성추행 장면은 ‘욱씨남정기’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상당히 리얼했고 실제 직장 내에서 벌어지는 일이기도 했기 때문에 시청자들은 이 장면에 크게 분노했고 신팀장이 가장 욕을 많이 먹은 장면이기도 했다. 이를 연기하는 배우는 부담스러웠을 수도 있었을 터.
“캐릭터의 행위자로서 부담보다는 장르 자체가 코믹한 느낌인 극인데 내가 해야 하는 연기가 너무 세진 않을지, 극에서 벗어나지 않을지 고민했어요. 그래서 현장에서 촬영하기 전에 감독님과도 괜찮을지 얘기를 나눴는데 감독님이 괜찮다고 했죠. 무난하게 갈 사람은 그렇게 가고 강하게 가야 하는 사람은 그래야 한다고 했어요. 감독님이 ‘욱씨남정기’에서 김상무보다 못된 놈이 신팀장이라고 했어요.(웃음)”
안상우는 ‘욱씨남정기’를 통해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악역으로 시청자들의 분노를 자아냈지만 배우로서의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다.
“신팀장을 내 걸로 만들어 연기해야 했기 때문에 내 속에 신팀장이 얼마나 있을까 고민해봤어요. 저와는 너무 다르다고 생각했는데 지날수록 ‘왜 이렇게 비슷하지’, ‘대사가 입에 붙지’라고 생각했어요.(웃음) 행동도 그렇게 하게 되고 스태프들이 신팀장 같다고 했어요. 어쨌든 배우 입장에서는 우리가 연락을 받는 입장이니까 캐릭터를 충분히 소화하려면 평상시에 훈련이 돼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래야 나를 컨택 해준 사람이 창피하지 않을 테니까요.” /kangsj@osen.co.kr
[사진] 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