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곡성’이 300만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도 ‘곡성’을 둘러싼 반응은 온탕과 냉탕을 오가고 있다. ‘곡성’이 상영시간 내내 관객들을 몰입하게 하는 걸작이라는 평과 별 내용 없이 불쾌한 영화라는 평이 확실하게 갈리고 있다.
‘곡성’은 한 시골 마을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에 휘말린 시골 경찰 종구(곽도원 분)의 가족들에 관한 이야기다. 종구는 이 과정에서 외지인(쿠니무라 준 분)과 무당인 일광(황정민 분) 그리고 의문의 여인인 무명(천우희 분)과 마주치며 점점 더 혼란에 빠진다.
‘곡성’은 확실히 친절한 영화는 아니다. 일단 분위기부터 무섭다. 공포영화를 싫어하는 관객이라면 쉽게 적응할 수 없을 정도로 시종일관 무서운 분위기로 전개된다. 거기에 더해 주인공인 종구와 외지인, 일광, 무명에 이르기까지 등장하는 인물들의 관계나 사건의 전개에 관해서도 설명은 거의 없고 복선과 의문들로 가득 차있다. ‘곡성’을 처음 보는 관객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넘쳐난다.
무엇보다 ‘곡성’에서는 나홍진 감독의 전작들이나 다른 한국영화들과는 달리 선과 악의 경계가 불분명하다. 의문의 사건으로 인해서 피해자들은 계속해서 등장하지만, 그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는 없다. 혼란스럽고 신비한 분위기의 ‘곡성’을 따라가다 보면 관객도 종구처럼 혼란스럽고 괴로운 감정에 마주칠 뿐이다. 명쾌한 것을 선호하는 관객은 영화를 보고 나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곡성’은 불친절하지만 무책임하지는 않다. ‘곡성’은 관객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을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복선들과 장치들을 심어 놓았다. 그리고 그런 복선과 장치들은 영화를 여러 번 관람할수록 서로 얽히고설키며 새로운 해석을 하게 만든다. 다른 국내 영화에서 흔히 하기 어려운 체험이다. 나홍진 감독의 8개월여의 편집이 빛을 발휘한 결과다. 배우들의 호연과 공포와 코미디를 오가는 절묘한 타이밍도 영화의 몰입도를 높인다.
‘곡성’은 영화관 밖을 나서면서 새로운 영화가 시작된다고 할 정도로 특별한 영화다. 그렇기에 ‘곡성’을 둘러싼 반응들이 뜨거울 수밖에 없다. ‘곡성’이 독특한 매력으로 300만을 넘어 더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pps2014@osen.co.kr
[사진] '곡성'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