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강우의 눈물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렸다. ‘굿바이 미스터 블랙’에서 이진욱과 극중 대척점에 서있던 인물 중 하나였지만, 그의 인생을 되돌아보면 마음 한구석에 짠함이 올라온다. 이는 연기를 통해 캐릭터를 설득시켰던 김강우의 힘이 크다.
김강우는 종영 디데이를 맞은 MBC 수목드라마 ‘굿바이 미스터 블랙’(극본 문희정, 연출 한희 김성욱)에서 민선재라는 복잡하고 입체적인 캐릭터를 소화하고 있다. 주인공 차지원(이진욱 분)과는 막역한 친구에서 파멸로 이끄는 데 동조하면서 캐릭터가 급반전된 가장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는 인물이다.
극중 선인이라면 선행만, 악인이라면 악행만 일삼는다면 오히려 배우 입장에서는 편할 것이다. 악행만 일삼는 단편적인 악인은 극중 갈등을 일으키기 위해 설정된다. 즉 전개상 악행이 필요해 투입된 역할인 셈. 그러나 인물의 전사가 극을 통해 소개되고 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는지가 드러나는 인물일 경우 악인으로 분류되고 이야기는 달라진다.
선재도 극 초반에는 밝은 모습을 보여줬던 인물이었지만, 내면에 아픔이 백은도(전국환 분)를 통해 발화되면서 되돌릴 수 없는 길을 걷게 됐다. 그의 상처는 모두 아버지 민용재(이대연 분)로부터다. 용재는 선재에게 부끄러움의 대상이다. 늘 사기를 치고 다니면서도 뻔뻔했다. 이에 선재는 용재를 자신의 아버지라고 인정하지 않고 지원의 아버지인 차회장(정동화 분)을 자신의 아버지처럼 여겼다.
특히 지난 18일 방송된 19회분에서는 선재의 내면에 지원과 차회장에 대한 미움과 열등감이 자리 잡았음이 드러나면서 왜 선재가 나락의 길을 걷게 됐는지가 설명됐다. 친부에게서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차 부자에게는 진짜 가족처럼 인정받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 컸기 때문에 오히려 더 삐뚤게 된 것.
동시에 선재에게 윤마리(유인영 분)는 유일하게 지원보다 우선시되고 싶었던 애정의 대상이었다. 성공만을 보며 달려갔던 지난날과는 달리 자신을 버려서라도 마리를 지키려고 하는 모습이 짠함을 불러온 것. 비록 걷잡을 수 없이 악행을 저지르던 적도 있었지만, 모든 것을 되돌리기 위해 자신이 죄를 모두 뒤집어쓰는 선재는 시청자들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기억될 것이다. / besodam@osen.co.kr
[사진] '굿바이 미스터 블랙'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