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TBC 금토드라마 ‘마녀보감’에서 정인선을 보고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의 배우인 데다 연기력도 대단해 인터넷에서 검색해 본 시청자들이 꽤 있었던 듯하다. ‘마녀보감’ 첫 회가 방송되는 내내 정인선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계속 머물렀던 걸 보면 말이다.
사실 정인선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아역으로 활동한 배우다. 1996년 6살 때 데뷔한 정인선은 드라마 ‘카이스트’, ‘빠스켓 볼’, ‘12년만의 재회 : 달래 된, 장국’에 영화 ‘무서운 이야기2’에 출연했고 ‘한공주’에서 한공주(천우희 분)의 친구 이은희 역을 맡아 유쾌하고 발랄한 캐릭터로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특히 2002년 ‘매직키드 마수리’에 출연한 배우라고 하면 누구나 알듯 싶다.
때문에 정인선은 그동안 ‘폭풍 성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마녀보감’을 통해 확실히 배우로서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번에는 예쁘게 잘 컸다는 게 아니라 아역 시절부터 연기 내공을 차곡히 쌓아왔다는 의미에서 ‘잘 컸다’는 얘기다.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은 물론 이슈가 될 거라 생각 못 했어요. 포털사이트에서 실시간 검색어 순위권에 들었던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는데 항상 ‘이렇게 컸대’, ‘그때 걔가 얘야?’라는 식의 이슈나 싸이월드가 한창 유행했을 때 제가 여행 사진을 많이 올렸는데 미니홈피가 예쁘다는 이슈들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당시에 작품으로 이슈가 되지 않아 부끄러웠어요.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댓글들이 연기에 대한 반응으로 주를 이룬 걸 보고 정말 기뻤어요. 제가 그렇게 기뻐하는 걸 제 최측근은 처음 봤을 거예요.”
정인선의 말대로 이번에 제대로 확실히 연기로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마녀보감’에서 순수한 무녀의 모습부터 홍주(염정아 분) 못지않은 카리스마와 무게감으로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칼 갈고 연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친오빠도 저를 보고 ‘독기를 품었더만’ 그러더라고요. 못했다는 평은 듣고 싶지 않았어요. 그건 사실이에요. 연기하면서도 그런 확신을 못 가졌었고 폐 끼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마지막 장면 연기를 끝내는 순간까지도요.”
사실 정인선이 이처럼 주목을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아역으로 활동하다 중학교 2학년부터 고등학교까지 연기 활동을 쉬었다. 그리고 정인선이라는 배우의 재발견이 이뤄지기까지도 꽤 긴 시간이 지나야 했다.
“어렸을 때 연기를 쉬었던 게 연기 때문이었어요. 제가 제 연기를 못 보겠는 시기가 있었어요. 좋아하는 걸 잘하고 싶었어요. 꾸준히 연기하긴 했지만 다작을 하지는 못했어요. 소신껏 열심히 할 수 있는 역할을 찾다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린 것 같아요. 저는 저를 시험하고 있는 단계라서 다양하게 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배우로서 당연한 고민이었다. 무엇보다 정인선을 봤을 때 귀엽고 러블리한 이미지가 강한 것이 사실이다. 배우에게 이미지도 중요하지만 연기가 더 중요한 것이 사실. 정인선은 이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다양하게 연기하지 못했다는 게 아쉬워요. 이미지로 봤을 때 이 역할을 하면 잘 어울릴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생각보다 성격이 수더분하고 목소리 톤이 낮아서 괴리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새로운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그런 괴리감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제 모습을 잘 보여드린 것 같아요. 저의 목소리며 호흡이며 웃는 거 화내는 거 다 보여드렸어요. 그래서 다음 작품을 기대해 봐도 될까 스스로 생각하고 있어요.”
정인선은 대중에게 한 이미지로 각인되기보다는 매번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 ‘마녀보감’으로 그간의 틀을 깨고 연기 포텐을 터뜨린 정인선. 앞으로가 기대될 수밖에 없는 배우다
“한 이미지에 머무는 게 무서워요. 저는 지금껏 안 해본 느낌의 것을 찾아볼 것 같아요. 짧은 호흡 말고 긴 호흡으로 달릴 수 있는지 보고 싶고 러블리한 걸 할 수 있는지, 사랑에 아파하는 것도 할 수 있는지, 죽임을 당하는 것 말고 목숨을 지키는 것도 할 수 있는 해보고 싶어요. 누가 봐도 납득이 될 만한 인물이 되고 싶어요. 어떻게 보면 사서 고생을 하는 스타일인데 그런 게 좋은 것 같아요. 그래야 하는 것 같아요.”
정인선의 얘기를 들어보면 자신과 연기에 대해 뜨겁게 고민하는 배우로 보인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해왔고 그 과정에서 정인선 개인으로, 배우로 성장통을 겪었던 것이 이유인 듯하다.
“어떤 배우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건 오히려 어렸을 때 잡았어요. 그리고 20살 초반까지는 그 기세로 달려왔는데 그 생각에 대한 오류, 한계를 느꼈어요. 사실 1~2년 전에 또 고민했다가 지금은 다져가고 있는 단계인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고민에 부딪히고 나니 확고하게 ‘이거다’라고 못하겠더라고요. 아직은 많이 생각하고 있어요. 꾸준히 안 변하는 생각은 다양하게 연기해보고 싶다는 거예요.” /kangsj@osen.co.kr
[사진] 최규한 기자 dream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