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시청률로 실망스러운 출발을 보였던 ‘굿바이 미스터 블랙’. ‘태양의 후예’와 동시간대 대결이라는 지독한 불운을 맞은 이 드라마는 하지만 대역전극을 써내며 명실상부 수목 안방의 왕좌로 자리매김했다. ‘용두사미’가 아닌 ‘사두용미’가 된 ‘굿미블’. 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MBC 수목극 ‘굿바이 미스터 블랙’은 스펙타클한 볼거리, 톱스타들의 캐스팅, ‘몬테크리스토 백작’이라는 유명 원작 소설 등으로 시작 전부터 시청자들의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기대에도 불구하고, ‘태양의 후예’ ‘돌아와요 아저씨’ 등과 맞붙는 불행한 대진운으로 초반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하지만 ‘태양의 후예’가 종영을 맞이하자, 곧바로 ‘굿미블’의 호재로 이어졌다. ‘태양의 후예’ 시청자들은 ‘돌아와요 아저씨’도, 후속작 ‘국수의 신’도 아닌 ‘굿미블’을 선택했던 것. 초반부터 보여준 이국적인 풍광과 이진욱-문채원의 케미가 입소문을 타며 새로운 시청자들의 유입을 가능하게 했던 것.
거기에 초반부터 이어진 문희정 작가의 밀당이 시청자들을 감질맛나게 했다. 극이 진행될수록 등장인물들 간에 얽힌 비밀들이 하나씩 드러나며 매회 반전을 제공했고, 이는 다음회를 기다리게 만드는 기폭제가 됐다. 문작가의 밀당은 마지막회까지 계속됐다.
19일 방송된 마지막회는 그야말로 반전의 연속이었다. 지원(이진욱)은 은도(전국환)의 부하들에게 맞아 의식을 잃었고, 생명까지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거기에 스완(문채원)마저 은도의 총에 맞아 수술실로 실려왔다. 그리고 갑자기 3개월 뒤로 시간은 점프했고, 한참동안 두 사람의 생사가 나오지 않아 시청자들을 애타게 했다.
이후 지원은 식물 인간 상태에서 깨어났지만, 스완은 결국 죽은 것으로 묘사돼 충격적인 전개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 모두도 작가의 트릭이었다. 스완 역시 살아났고, 은도를 감옥에 넣기 위해 죽은 것으로 위장했던 것. 지원과 스완은 태국에서 재회해 결국 해피엔딩을 맞았다.
끝까지 시청자들과 숨박꼭질을 한 작가. 과도한 설정에 볼멘 소리를 내는 시청자들도 있었지만, 시청자들과의 줄다리기가 결국 대역전극을 끌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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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굿바이 미스터 블랙’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