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홍진 감독과 일본 배우 쿠니무라 준의 이색적인 만남은 최고의 결과로 돌아왔다. 악마 같은 감독은 낯선 일본인 배우를 통해 상상 못한 공포를 만들어 냈고, 이는 관객들의 즉각적인 반응으로 돌아왔다. 현재 이 영화는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작으로 떠오른 상황.
나홍진 감독과 쿠니무라 준은 곽도원, 천우희와 함께 지난 19일(현지시각) 프랑스 칸 모처에서 한국 취재진과의 인터뷰에 임했다.
칸 영화제 기간 내내 나홍진 감독과 쿠니무라 준의 관계(?)는 흥미로웠다. 나홍진 감독은 영화의 공식 기자회견에서 "준 상(쿠니무라 준)은 촬영 마지막 날, 많이 나를 혼내주셨다. 통역하시는 분께서 통역을 안할 정도로. 무슨 말씀을 하시길래 안 해주실까. 겁에 질린 얼굴로 통역을 안 해주더라"고 말하며 치열했던 촬영 현장에 대해 이야기 한 바 있다.
이후 관객들의 관심은 "과연 쿠니무라 준이 나홍진 감독에게 무슨 말을 했는가?"에 쏠렸고, 기자들의 관심 역시 다르지 않았다. 쿠니무라 준은 "마지막 촬영에서 무슨 말을 했는가?"라고 묻는 질문에 대해 "특별히 얘기한 건 없다. 아마도 감독님의 농담이라고 생각한다. 재미없는 농담이다. 감독님한테 화를 낸 적은 없다"고 대답했다. 여유로운 미소가 돋보이는 표정.
"특별히 긴 얘기를 할 수는 없었어요. 저의 마지막 신은 끝났지만 감독은 일이 남은 상황이라서 바로 갔거든요. 그 후에는 만난 건 시간이 흐른 후였고, 만나서 여러 얘기를 했죠."
쿠니무라 준의 말에 따르면 당시 찍었던 장면은 실제 영화에서는 편집됐다.
반면 나홍진 감독의 기억은 쿠니무라 준과 조금 달라 웃음을 줬다. 그는 "쿠니무라 준이 오사카 분이다. 오사카 사투리가 어떤 지 아시느냐? 동굴에서 이런 (큰)소리가 들리더라. 통역하는 분한테 뭐라고 했는지 물으니 말을 안 하더라. 그래서 나는 슥 숨었다. 모르겠다, 뭐라고 하셨는지는. 통역을 안 해줬다"고 말하며 쿠니무라 준을 보고 농담 반 진담 반, 겁을 먹었던 경험을 말했다.
나홍진 감독이 지휘하는 현장은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다수의 증언에 의하면 나홍진 감독은 될 때까지, 만족할 때까지 촬영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 때문에 함께 했던 배우들은 "힘들었다"는 소감을 빼놓지 않는다. 특히 쿠니무라 준이 '곡성'에서 소화해야했던 장면들은 육체적으로 쉽지 않았을 것들이 많았다. 아마도 나홍진 감독은 고생해 준 쿠니무라 준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의 마음을 에둘러 장난스럽게 표현했을 것이다.
"(칸에서의 좋은 반응이) 너무 감사해요. 예상 못했어요. 너무 감사 드리고, 우리 스태프,, 배우들, 진짜 고생했어요. 감독으로서 한숨 돌렸습니다. 진짜 본인 이름이 박혀 있는, 본인 이름을 걸고 하는건데, 다 하나하나가 그런 건데, 다 제 말 믿고 그렇게 달려온 거예요. 그분들이 좋아하시는 걸 보면 기분이 좋아요. 진짜 감사합니다.다행이에요."
다행히 쿠니무라 준은 한국 영화를 통해 밟게 된 생애 첫 칸 영화제 레드카펫으로 기분이 좋았다. 궁금했던 '곡성'의 현지 반응도 좋은 것 같아 매우 만족스러운 상태.
"레드카펫 걷고 층계 올라가고 믿을봤을 때 너무 기분이 좋았어요.(생략) 프랑스에 와서 칸 관객들의 반응이 신경이 쓰였어요. 어떻게 반응할까에 대해서요. 그래서 영화 상영중에도 두리번 두리번 봤는데 관객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 기분이 너무 좋았습니다.(웃음)" /eujenej@osen.co.kr
[사진] AFP BB=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