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를 넘어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아티스트’를 대거 양성한 YG엔터테인먼트가 오늘(20일)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아티스트로 시작해 기획자까지 언제나 최정상의 자리에 오른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는 연예기획사 설립 20주년인데도 올해 별다른 행사를 마련하지 않고 일에 전념하겠다는 계획.
양 대표 프로듀서는 1992년 서태지와 아이들로 가요계에 데뷔했다. 서태지와 아이들 활동 전 그는 댄서로서 최고의 자리까지 올라간 입지전적인 인물. 19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이 은퇴를 하기 전까지 가수로서도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고 한국 가요계에 큰 획을 그었다.
그는 1996년 지금의 YG인 현기획을 설립한 후 지누션, 원타임, 렉시, 세븐, 휘성, 거미, 빅마마, 빅뱅, 2NE1, 위너, 아이콘 등을 키우고 싸이를 ‘월드스타’로 만들었다. 현재는 가수뿐만 아니라 차승원, 강동원, 이종석, 김희애, 최지우 등 톱배우들을 이끌고 있는 최정상의 연예기획사의 수장이다.
댄서로서 최정상에 오른 후 가수로서 가요 역사를 바꿨으며, 기획자로서 또 다시 최정상을 찍었다. 솔로 가수의 꿈을 갖고 있던 서태지가 양 대표 프로듀서에게 춤을 가르쳐달라고 찾아왔고, 양 대표 프로듀서가 그룹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기획한 사실은 가요계 유명한 일화. 그때부터 양 대표 프로듀서는 아티스트로서의 능력뿐만 아니라 기획자로서의 자질도 뛰어났다.
양 대표 프로듀서가 20주년 기념으로 기획사 직원들에게 떡을 돌리며 소박하게 자축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을 취했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양 대표 프로듀서는 YG의 20주년 의미와 자축 행사 없이 넘기는 이유를 묻는 OSEN에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아래는 양 대표 프로듀서와 나눈 대화다.
-점심시간에 직원들에게 떡을 돌렸다고 들었다.
그래도 오늘이 20주년인데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서 사내 식당에서 떡을 돌렸다.(웃음) 직원들이 식사를 할 때 떡을 나눠줬다.
-20주년이면 자축하는 행사를 할 법한데?
1996년 5월 20일에 내가 현기획을 설립했더라. 사업자등록증이 나온 날이다. 20주년이긴 해도 어떤 행사도 하지 않을 거다. 흔히들 하는 파티나 공연도 계획하고 있지 않다. 신인 걸그룹 론칭 등 해야 할 일이 많고 여유롭지 않다. 직원들이 일에 매달려야 하는데 자축하는 행사를 할 시간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올해 YG 패밀리 콘서트도 없는 건가?
맞다. 없다. 사람들은 YG가 최고의 기획사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아직도 멀었다고 생각한다. 이뤄낸 성과보다 앞으로 이뤄내고 하고 싶은 일이 많다. 아직도 새로운 것이 하고 싶고 새로운 것을 할 생각에 늘 설렌다. 내가 설레는 이유는 금전적인 목적이 아니다. 내가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내가 기획한 가수들을 보고 음악을 들으면서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 행복하다.
-새로운 일을 창조하는데서 행복을 느낀다고 하니 놀랍다.
사실 어제 젝스키스를 다시 만났다. 그들과 술 한 잔 하면서 내가 해준 이야기가 있다. ‘나는 과거를 돌아보는 성격이 아니다. 내가 만들어왔던 과정이나 성과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눈을 뜨면 새로운 것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내가 너희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은 물질적이고 금전적인 게 아니라 새롭고 긍정적인 생각을 공유하고 너희들 역시 그런 긍정적이고 새로운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젝스키스에게 진정한 행복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나는 ‘정답은 아니지만 돈이 많다고 무조건 행복하지 않은 것처럼, 돈이 없다고 무조건 불행하지 않은 것처럼, 물질적인 거나 금전적인 것은 생활을 편안하게 해줄 뿐이지 행복과는 거리가 먼 것 같다. 내가 생각하기에 행복이란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이 진정한 행복인 것 같다. 난 너희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라고 조언했다.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면 새로운 것을 하기 위해서 생각을 한다. 젝스키스가 16년 동안 멈춰있었는데 나와 같이 일을 하면서 매일 새로운 생각을 하고 새로운 일을 하자고 말했다. 난 너희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을 했더니 감동을 많이 받더라.
-푸드나 패션 등 사업을 확장하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시선이 있다.
우리는 국내 시장을 보는 게 아니라 해외 시장을 보는 거다. YG 푸드는 7개월, 패션은 1년 정도 밖에 안 됐다. 씨앗을 심으면 싹이 나고 열매가 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거다. 대중이 YG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직 시작한지 얼마 안됐는데 서두르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내가 보는 관점에서 이 분야는 막 씨앗을 뿌렸고 싹이 났기 때문에 내년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 jmpyo@osen.co.kr
[사진] YG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