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서현진은 한때 MBC 공무원으로 불렸다. 연달아 MBC 드라마에 출연했고 안정적인 연기를 했지만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수상과 인연이 없어서 방송 관계자들의 아쉬움이 가득했던 배우였다. 그래서 MBC 작품 출연 소식이 들릴 때마다 또 서현진이냐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이 사실. 그만큼 불과 3년 전까지만 해도 서현진은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는 열렬하게 보고싶은 배우는 아니었다.
그랬던 서현진의 위상이 달라졌다. 서현진은 현재 tvN 월화드라마 ‘또 오해영’에서 보통의 여자 오해영을 연기하며 여성 시청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거침 없이 망가지며 털털한 매력을 뽐내고, 사랑과 현실에 치여 눈물 짓는 일이 많아 공감이 가는 보통의 해영. 드라마는 ‘그냥 해영’이라고 부르지만 많은 시청자들은 보통이어서 서현진이 연기하는 해영에게 감정을 몰입해서 보고 있다.
서현진은 잘 알려지다시피 걸그룹 밀크로 데뷔했다. 아이돌 흥행보증수표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 걸그룹의 흑역사라고 불리는 이 그룹은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서현진도 그렇게 잊히나 싶더니만 배우로 전향했다. 그가 작품에서 주연으로 올라선 것은 2012년 MBC ‘신들의 만찬’이었다.
악역 연기를 빼어나게 하며 연기력은 인정받았지만, 아쉽게도 대중성은 높지 않았다. 그래도 그해 MBC ‘오자룡이 간다’, 2013년 ‘불의 여신 정이’와 ‘제왕의 딸, 수백향’에 연달아 출연하며 가수 서현진이 아닌 배우 서현진으로 대중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단막드라마 ‘불온’까지 출연하며 서현진은 2007년 ‘히트’ 이후 무려 여덟 작품 연속 MBC 드라마만 출연하는 지금은 없어진 MBC 공채 탤런트 수준의 행보를 보였다. 연기력과 대중적인 인지도를 높이던 서현진은 2014년 tvN ‘삼총사’를 시작으로 2015년 ‘식샤를 합시다2’라는 인생 작품을 만났다. ‘식샤를 합시다2’에서 지금의 ‘또 오해영’처럼 망가지면서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냈고 서현진이라는 배우의 숨은 파괴력이 보이기 시작했다. 배우가 오랜 시간 연기자로서의 길을 걷고 노력한 결과물이었다.
로맨틱 코미디는 여자 주인공이 밉지 않게 망가지고, 여성 시청자들의 지지와 응원을 받아야 한다는 점에서 털털한 성격의 주인공이 사랑받는다. 서현진이 연기한 ‘식샤를 합시다2’와 ‘또 오해영’이 그런 것처럼 말이다. 서현진은 동양적인 아름다운 얼굴, 화려하진 않지만 보면 볼수록 예쁜 수국 같은 얼굴의 배우. 드라마 속에서는 예쁘지 않는다고 강조하나 울고 웃기고 하는 모습 모두가 호감인 서현진은 ‘또 오해영’의 성공을 이끌고 있다. 그가 망가지면서 그리고 짠하게 울리면서 해영을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있고, 시청자들은 해영의 모습에서 자신을 발견하며 공감하고 있다.
덕분에 ‘또 오해영’은 요즘 방송 중인 드라마 중 젊은 여성 시청자들의 시선을 가장 많이 빼앗는 드라마로 여겨지고 있다. 동시에 서현진은 인생 작품을 다시 한 번 경신하며, 뜰 것이라고 쉽사리 예상 못했던 수많은 시선을 180도 돌려놨다. / jmpyo@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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