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와 괴성이 난무하는 저주극 속에도 설렘은 꽃폈다. ‘마녀보감’의 윤시윤은 자신이 가진 특유의 순수한 표정과 캐릭터 소화력으로 극 중 뜻밖의 ‘설렘 제조기’로 맹활약했다.
지난 20일 방송된 JTBC ‘마녀보감’에서는 열일곱살 생일을 맞아 친모 해란(정영선 분)이 걸어 둔 저주에 휩싸일 위기에 처한 연희(김새론 분)의 안타까운 모습이 전파를 탔다.
앞서 연희는 소중히 여기던 연을 두고 허준(윤시윤 분)과 실랑이를 벌인 바 있다. 허준은 연희의 성화에 어설픈 연을 만들어 주고 사라졌지만, 이내 죽음을 무릅쓰고 위험한 계곡에 올라 연희의 연을 찾아서는 흑림으로 돌아와 감동을 선사했다.
“이깟 연이 뭐라고 위험한 계곡을 오르나”라고 화를 내면서도 정성껏 약을 발라 주는 연희를 보며 허준은 저도 모르게 미소를 띄웠다. 밖은 위험하니 동이 틀 때 가라는 연희에게 “사내 무서운 줄 모른다”고 강한 척을 했지만 곳곳에서 들려오는 짐승 울음 소리에 겁을 먹고 마루에 자리를 잡은 허준의 모습은 어쩐지 지질했지만, 한편으로는 보호 본능을 일으키기도 충분했다.
‘마녀보감’에서 허준 역을 맡은 윤시윤은 우연히 마주치게 된 소녀 연희를 향한 이유 모를 끌림을 소년의 상큼함 가득한 얼굴을 통해 제대로 표현해냈다. 띄엄띄엄 연희의 과거를 주워듣고 나서는 그를 향한 순수한 연민까지도 설득력있게 연기했다. 출신 성분을 원망하는 자신에게 “사람은 누구나 태어난 이유가 있다”던 연희의 말을 위로의 뜻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허준의 모습은 가련하면서도 기특했다.
사실 윤시윤과 연희 역의 김새론의 나이차는 적지 않다. 무려 14살이라는 간극에도 두 사람 사이에 설렘이 감도는 것은 윤시윤의 덕이 크다. 서른 한 살 나이가 무색하도록 소년스러운 외모와 그러한 매력이 강조되는 배역에 완벽히 녹아든 윤시윤의 활약은 피로 물든 저주 이야기 속에서도 설렘을 만들어냈다. 슬픈 운명을 타고난 허준과 그보다 더 슬픈 운명의 주인공 연희의 풋풋한 로맨스가 점점 더 기대되는 이유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마녀보감’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