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방송인이 아닙니다”라고 손사레를 치던 방송인 서장훈의 모습을 기억한다. 때문에 ‘서셀럽’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그였지만, 이제 서장훈이 ‘프로 방송꾼’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어서옵SHOW’에서는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이서진과의 ‘투덜 케미’까지 선보이니, 고정 출연을 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서장훈은 지난 20일 방송된 KBS 2TV ‘어서옵SHOW’에서 재능 상품으로 등장했다. 대한민국 농구계의 전설과도 같은 그에게 농구 재능을 기부해달라는 출연진의 요청이 쇄도했지만, 서장훈은 어쩐 일인지 한사코 이를 거부해 모두를 의아하게 했다.
이유인 즉슨 이랬다. ‘서장훈의 농구 교실’이라는 소재가 시청자들에게 식상할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그는 “‘안정환의 축구 교실’도 봐라. ‘우리동네 예체능’도 아니고…”라며 “다른 재능을 생각해 봤는데 정리정돈과 청소는 제가 우리나라에서 최상위권이라 자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출연진은 “다 알겠는데, 그래서 농구는 언제 보여줄 거냐”라고 반응해 큰 웃음을 선사했다. 결국 출연진과 1:3 농구를 하게 된 서장훈은 전혀 봐주지 않고 실력을 발휘하며 뿌듯해하는 모습으로 다시 한 번 웃음을 줬다.
서장훈은 친하게 지내던 이서진과 티격태격하는 모습으로도 폭소를 자아냈다. ‘뇌섹남’ 하석진에게 과제 도와주기 같은 재능 기부가 어떻겠냐는 의견이 나왔고, 이서진은 서장훈을 향해 “너 어릴 때 공부 안 했잖아. 한자로 이름 쓸 수 있냐”고 농담을 건넸다. 서장훈은 “이 형 너무 하네. 이거 운동선수 비하 아니냐”며 발끈해 모두를 웃겼다. 이서진의 한마디에 승부욕에 불타 모든 게임을 섭렵한 서장훈은 이날 방송을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햇빛 알레르기가 있다며 그 큰 덩치로 파라솔 같은 우산을 쓴 채 녹화 현장을 돌아다니는 서장훈을 누가 예능인이 아니라 하겠는가.
다른 예능들을 모니터링하며 철저한 예습을 한 뒤 녹화에 임하는가 하면, 센스 있게 현장 분위기를 ‘하드 캐리’하는 서장훈의 모습은 어엿한 ‘방송인’이었다. 어느덧 ‘프로 방송꾼’이 된 서장훈이 이서진과의 합작에서 어떤 결과를 낼 지 궁금해진다. /bestsurplus@osen.co.kr
[사진] ‘어서옵SHOW’ 방송화면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