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드라마나 영화에서 특별 출연이라 하면, 배우로서 하나의 작품을 끌고 갈 역량이 있는데 마치 단역처럼 짧게 등장해서 ‘이유가 있는 출연’일 경우를 뜻한다. 제작진, 출연진과의 인연이 있어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홀연히 떠나는 톱스타들을 특별 출연이라고 흔히 명명한다.
이광수는 tvN 금토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한 회에 한 장면 정도 나온다. 한국과 중국을 오가며 바쁘게 활동하는 이광수로서는 치매 위험이 있는 할머니 조희자(김혜자 분)의 아들 유민호라는 역할을 굳이 할 이유는 없었을 터. 제작진과의 의리로 이 작품을 선택해 매회 짧지만 강렬한 울림을 남기고 있다.
이광수가 연기하는 민호는 효자다. 어머니 희자의 엉뚱한 행동에 화를 내기도 하고 불같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희자를 위해서라면 만사 제쳐두고 달려오는 아들이다. 그래서 민호와 희자의 이야기는 먹먹한 가족애가 느껴지고 안방극장을 울컥하게 만든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혼자 사는 어머니를 걱정해 노심초사하는 민호, 형광등을 갈다가 다친 희자에게 바로 달려오지 못해 짜증이 나고 여유 없는 현실에 화가 나지만 어머니 희자 앞에서는 애틋하고 애교 많은 아들이다. 팔베개를 자연스럽게 하는 모자, 혼자 밥을 먹는 어머니를 CCTV로 보며 죄스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민호의 모습은 울지 않고 버틸 수 없는 장면이었다. 아내가 옆에 있어 펑펑 울지 못하고 눈물을 조용히 훔치지만 북받치는 감정을 억누를 수 없는 이광수의 연기는 눈물샘을 자극했다.
가정을 꾸리고 사느라 가장으로서 살기 바빠서, 어머니에 대한 지극정성의 사랑이 있는데 현실에 치여서 마음껏 표현하지 못하는 민호의 답답하고 미안해하는 마음은 부모에 대한 사랑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이 땅의 수많은 효자와 효녀들을 울렸다. 희자의 아들을 연기 잘하는 배우 이광수가 했기에 더욱 시청자들의 마음을 후벼팠다. 마음과 달리 자꾸 짜증이 튀어나오는 민호의 복잡한 심경이 이광수의 정밀한 설정과 자연스러운 감정 연기로 다 전달됐다.
예능에서는 친근한 매력으로 호감을 사고, 작품에서는 빼어난 연기로 소구력이 있는 배우인 이광수. ‘디어 마이 프렌즈’에서 손으로 꼽을 정도로 짧게 나오는 특별 출연인데도 이광수의 연기가 인처럼 박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터다. 연기가 특별해서 더욱 특별 출연이라는 것을 이광수가 보여주고 있다. / jmpyo@osen.co.kr
[사진] '디어 마이 프렌즈' 방송화면 캡처